[여성의 창] 박수잔 ㅣ 인생의 중반에 서있는 여자는...
2014-02-04 (화) 12:00:00
따스한 햇살, 고요하다 못해 적막함 속에 홀로 글을 읽고 있다. ‘인생의 중반에 서있는 여자는...’ 7년전의 글이다. 줄마다 읽어내려가다 난, 쿵~하고 내리치는 충격에 쌓였다. 글 속의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인 듯한 낯설음... 20대 꿈과 열정의 거침없는 힘, 생명을 맞는 전율 속에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온30, 그리고 40이라는 어색한 단어에 우울해하며 다시금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나를 찾으려 애쓰며 다짐하던 지난날의 내가 가슴 저미게 들어왔다.
7년이 지났다...젊은시절 난 불 같은 열정 자체였는데 몸도 마음 같지 않고 기억력도 흐려지고, 중년은 마음과 현실이 동떨어지고 있었다. 난 젊음을 잃는 것에 심하게 좌절하고 허둥거렸다. 그러던 중 정신이 용기를 잃고 있음을 느꼈다. 무엇을 위해 살아갈까? 물질도, 욕망도, 명예도 중요치 않고 목표를 잃어버린 채 그렇게 공허함에 빠졌다. "인생 뭐 있나? 등 따스고 배 부르고, 등 기댈 곳이 있으면 다지..." 누구나 쉽게 내뱉는 말이 얼마나 어렵고 힘드는 일이었는지! 난 항상 달라야 한다는 특이한 자존심을 붙들고 더 뛰어나기 위해, 그렇게 안간힘을 다해 달려왔다. 인생은 사람과 함께 어우러져 지나가는 시간인 것을…그렇게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인데...
요즈음 난 함께 밥 먹고 걸으며 눈을 마주치고 살짝 웃어주는 미소가, 어두운 밤 잠 못 이루고 뒤척일 때 잠결에 손 내밀어 등 두들겨주는 따스한 손길이, 어려움에 서로 위로하고 마주앉아 내일을 의논하는 그런 마음이 인생의 가치라 생각한다. 중반은 후회의 여운과도 함께하는 시간이 아닐지. 젊은시절 근거없는 감정의 기폭 속에 서로 논쟁하고 상처주고, 난 요즈음 혹여 서운할 때는 잠결에도 등 두들겨주는 따스한 손길을 다시 되새기며 먼저 미소짓고 안아주며 위로하려 한다. 중반은 진정 속에 담긴 마음을 읽고 그것을 소중히 관리할 줄 아는 그런 인생의 관록을 선사하는 듯하다. 난 그윽한 향기를 내뿜으며 중반의 시간을 디자인하고 싶다. 사람들은 중반의 나이에 각자 무엇을 붙잡고 어떠한 향기를 내뿜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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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잔씨는 서양화가, 현재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중이며, 디자인회사, IT기업을 운영하며 86, 88 서울올림픽갤러리파트 대표작가, IT계 ‘장영실상’을 수상,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최고경영자 과정을 국비로 수료한 예술, IT,비즈니스 분야의 여성 사업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