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윤연실 ㅣ 친구같은 딸

2013-12-1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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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타향살이를 하다보니 부모님들을 자주 뵐 기회가 없고, 그러다보니 안부를 묻는 방법으로는 전화를 자주 하게 된다. 그래도 예전에는 한국에 전화 한번 하는 것도 값이 비쌌었는데 요즘은 가격이 많이 내렸고 심지어 스마트폰에 있는 앱을 이용해서 무료전화도 가능하니 더 자주 할 수가 있어 참 좋다. 예전부터 딸은 엄마의 친구가 된다고 했었다. 그걸 요즘 많이 느낀다. 나한테도 엄마가 친구처럼 느껴지고 나도 내 딸에게서 친구와 같은 마음을 종종 느낀다. 나이가 한살한살 들어갈수록 엄마에 대한 이해가 늘어가고 딸을 키우다보니 여러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데쟈뷰처럼 나의 철없던 어린시절이 떠오르곤 한다. 이럴 때 내게 훈계하시던 엄마의 마음이 이러셨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딸을 꾸짖으면서도 마음 한편에 나에 대한 반성을 다시 하게 된다. 늘 학교가 끝나고 딸을 태우고 오는 길에서 하루 동안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묻는다. 개인적으로 중학교 때가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힘든 시간이 아닌가 싶다.

몸의 성장과 지식의 성장이 함께 하지 못해 미숙한 모습이 많이 보이는 시기이기도 하고 아이들 자체도 사춘기로 인해 본인들이 잘 컨트롤 못 하는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이기도 하는 거 같다. 그런 것들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자연스럽게 대화로 나의 어린시절의 경험이나 주위에서 들었던 얘기를 해주며 그 시절에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알려준다. 금방 지나갈 시간이라는 것과 넌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면 아이가 다시 기운내는 모습을 보았었다. 이제는 가끔 이런저런 일로 마음 답답해하고 있으면 딸이 그런 기운을 느꼈는지 종종 위로가 되는 말들을 내게 해준다. 이런 과정들을 통하면서 딸과 난 점점 더 가까운 친구가 되는 거 같아 마음 한편이 따뜻해진다. 보통 사춘기가 되면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다행히 딸은 문 활짝 열어 놓고 가끔은 귀찮을 정도로 말을 걸어오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한번 깨닫는다. 딸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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