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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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 사회의 아프고도 행복한 가족사 그려

2013-12-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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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매자 씨 영문 장편소설 ‘하늘의 목소리’

▶ 내년 4월 스토니브룩 한국학회 초청 뉴욕 방문

한인 작가 이매자(70·사진)씨의 영문 장편소설 ‘하늘의 목소리’(The Voices of Heaven, 서울 셀렉션 출판)는 아들을 못 낳는 여성에게 잔인하리만치 가혹했던 한국 남아선호 사상의 전통 가부장 사회에서 자란 작가의 가족사를 슬프고도 아름답게 그려낸 책이다.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아들을 낳기 위해 첩을 데려온 아버지, 아들을 낳지 못한 자신의 죄라며 자책하는 어머니, 태어난 것이 죄라고 비난 받던 다섯 살 여자아이의 시리도록 아프지만 행복했던 어릴적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냈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바탕으로 6·25전쟁과 전통적 유교사상, 가부장 사회에서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주인공 ‘미나’의 성장 스토리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지난 4월 미국에서 출간, 현재 아마존 닷컴과 반슨 앤 노블 등 미 서점가에서 판매중이며 최근 USA 베스트 책 역사소설과 문화소설 부문에 최종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서평 전문 매체 커커스 리뷰(Kirkus Review)의 추천 서적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 소설의 한국어판 출간도 계획중인 작가는 책 홍보를 위해 내년 4월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한국학회 초청으로 뉴욕을 방문할 예정이다. 현재 연말 서점가에서 눈길을 끄는 소설 ‘하늘의 목소리’ 출간과 관련 작가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가족의 숨겨진 이야기를 책을 통해 공개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떤 내용인가:

부모님의 이야기이다. 결혼 15년차 부부인 음천과 귀용은 서로를 사랑하고 입양한 딸 미나를 무척 아끼지만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한국 전통사회의 압력을 받아 결국 귀용은 가문을 이을 아들을 낳아줄 첩을 맞이한다.

이로 인해 음천이 절망에 빠지면서 이를 지켜보는 어린 딸 미나의 눈을 통해 바라본 한국의 시대상과 사회상을 보여주려 했다. 아들을 낳아줄 여자를 집에 들여야 했던 어머니는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작은 어머니가 집에 들어오던 날 다섯 살이던 나의 기억 속에 어머니는 자책하며 잔치국수를 만들고 있었다.

상처가 컸지만 결국 시대가 그랬기에 숙명으로 받아들였고 동생들이 생겼을 때 잘 지냈던 것 같다. 어른이 되어 찾아낸, 낳아준 부모님들이 이혼하며 생부가 재혼해 낳은 동생들 까지 합치면 나에게는 2명의 아버지와 4명의 어머니 사이에서 모두 11명의 형제가 있었다.

만주에서 남녀 쌍둥이로 태어난 나는 해방전 배고팠던 시절 여자 아이라 다른 집에 입양 되었던 것이다. 어른이 되어 형제들을 두루 만나며 잘 지냈고 날 입양해 키워준 어머니 음천 여사는 직장을 다니는 딸을 위해 미국에서 17년간 손녀, 손자를 돌보며 살다 돌아가실 만큼 헌신적이었던 분이다.

■가족의 이야기가 성장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텐데:


어머니를 지켜보며 남아선호 사상에 대한 반발심이 컸다. 1970년 한국을 떠나올 때 다시는 한국 땅을 밟지 않으리라 결심했을 만큼 남녀차별이 심했던 한국의 사회적 인습이 너무 싫었다. 특히 1970년대만 하더라도 국제결혼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대단했었다.

■소설은 어떻게 집필하게 됐는 가:

아들을 낳기 위해 첩을 들이는 한국의 관습에 미국인 지인들은 매우 흥미로워 했다. 특히 남편의 권유가 컸다. 남편의 오랜 설득도 있었고 1992년 와이오밍 대학에서 창작 클래스를 들을 때 담당 교수로부터 소설을 써보라는 제의에 나의 이야기를 소설로 엮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차기작은:

위안부를 주제로 한 시집과 소설을 준비하고 있다.


<작가 경력>
1966년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후 세인트루이스 대학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미주리대학과 와이오밍대학원에서 문학창작을 공부했다.

수도여자사범대학(현 세종대학)과 서강대, 세인트 메리 칼리지, 일리노이 링컨 랜드 커뮤니티 칼리지, 와이오밍대학 등에서 강사로 일해 오면서 영어, 시, 소설 등을 가르쳤다. 영문 시집 ‘Long Works on Short Days’를 출판한 바 있고 ‘오작교’A Bridge of Sparrows”를 비롯 미국에서 다수의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1968년 수도여자사범대학에서 영문학 강사로 교편을 잡던 중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체류 중이던 마이클 디바인씨를 만나 결혼한 뒤 1970년 다시 도미했다. 미주리주에 소재한 해리 S. 트루먼 대통령 박물관장인 남편과의 사이에 3남 2녀를 두었다.

<김진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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