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한경미 l 세상만사 생각하기 나름

2013-12-09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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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하는 말처럼 하기 싫은 일이 있어도 즐겁게 하자. 그러면, 그 일이 도리어 행복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 나도 마음을 바꿔먹어 행복을 느낀 일이 있었다. 며칠 전의 일이다.

아침 8시, 일 때문에 산타크루즈에 가야 했다. 일 때문이기는 하지만, 날씨는 쌀쌀하고 길은 험하고, 구불구불한 17번 고속도로를 넘어 산타크루즈에 가야 한다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17번 도로를 운전하면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차 멀미가 나서 한나절은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행한다고 생각해”라는 남편의 다독거리는 말에 힘을 얻어 마음을 바꿔 먹고 집을 나섰다. “그래. 어차피 가야 한다면 즐겁게 다녀오자.” 굽이굽이 휘어진 길을 만날 때마다 일부러, 마치 놀이동산에 온 아이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운전했다. 그러자 울창한 숲도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고, 호수 표면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도 내 정신을 빼앗아갔다. 앞 차가 늦게 가도 괜찮았다. 아니 더 좋았다.

그러는 가운데 한 시간이 휙 지나고 나는 산타크루즈 해변가를 달리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참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상도 시골 구석에서 봄이면 손등이 다 트게 냉이와 쑥을 캐러 다니고 여름이면 개울가에서 철없게 뛰놀던 내가 미국에 오게 되고 그것도 혼자 산타크루즈에 오는 여유를 가지다니. 아침 나절만 해도 투덜투덜, 기분이 영 아니었는데.. 지금은 아주 행복하다. 이것은 종이 한장의 차이도 아니다.

마음을 바꿔 먹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긍정적인 사고로 마음의 비타민을 만들어 보자. 그럼 아이들의 사춘기도, 남편의 갱년기도 다 아름답게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을 바꿔먹자, 그렇게 어렵게만 느껴졌던 17번 도로가 이렇게 멋지고 낭만적인 길로 바뀌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 덕분에 나는 이제껏 상상도 못한 호사로운 시간을 가지게 되지 않았는가?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신나게 하자. 공부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그렇게 신나게 살다보면 예상도 못했던 가슴 설레는 일이 또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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