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한경미(부동산업) l 두 팔을 활짝 벌려 반겨줍시다

2013-11-04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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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들, 딸 얘기만 하면 좋아서 입이 벌어지는 사람을 ‘아들 바보, 딸 바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모였다 하면 강아지 얘기로 이야기 꽃을 피우는 사람들을 뭐라고 부르면 어울릴까요? 이국생활이 힘들어서 그런지 주위를 둘러보면 정말 강아지를 기르고 계신 분이 의외로 참 많습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지요. 강아지라기에는 이미 나이가 많이 든 개가 한마리가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강아지라 불리우는 진돗개입니다. 그런데 잠시라도 집을 비웠다가 들어갈라치면 가장 먼저 달려나와 정말 꼬리가 떨어질 정도로 흔들면서 반겨줍니다. 그러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엔돌핀이 팍팍 생겨나지요. 어느 누가 이렇게 나를 반겨줄까를 생각하면 정말 고마운 강아지입니다. 심지어는 존재의 의미를 느끼게 해 주기도 합니다.

이런 강아지를 보며 나는 다른 사람들을 이 정도로 반겨준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학교 생활에 지쳐 돌아오는 아이들을 이렇게 반겼을까? 힘든 회사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남편을 이렇게 반겼다면, 이웃을 이렇게 반기며 맞아주었다면… 강아지가 반겨주는 것의 반이라도 반겨주었다면…. 거리마다 형형색색의 단풍들이 가을을 꾸며가고 있고 큼지막한 호박들이 줄지어 사가기를 기다리는 가을입니다.

바깥은 이토록 아름다운데도 가끔 가슴 한 구석에서 쓸쓸한 바람이 부는 것을 또한 거부할 수 없는 가을입니다. 붉게 물들어 가는 가로수를 보며, 굳이 단풍구경 갈 필요가 없다고 마음 한켠으로 스스로 위안을 하다가도 한국의 가을 풍경과 추억을 떠올리면 한순간에 무너져 가슴이 썰렁해지는 가을입니다. 이 찬바람 부는 가을을 큰 가슴으로 반겨서 포근한 가을로 만들어봅시다. 학교에서 지친 모습으로 오는 아들, 딸에게 정말 세상에서 가장 큰 미소로 반겨주고 직장에서 퇴근하고 오는 남편을 위해 두 팔을 벌려 반겨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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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미씨는 1999년 미국땅을 밟았다. 한국에서는 10년 정도 중학교 국어 교사로 교편생활을 했다. 여기서는 전업주부로 살다가 부동산 자격증을 취득해 리얼터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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