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임남희 ㅣ Never too late

2013-10-31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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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평생 그를 괴롭히던 생계의 압박에서 벗어나 드디어 그가 원하던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이 오십이 훌쩍 넘어서였다. 그가 꿈에도 그리던 일을 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외딴 집과 낡은 책상 하나 그리고 기다림이었다. 그는 중노동에 가까운 끊임없는 관찰과 기록으로 30년간 10권의 책을 완성했고, 그의 업적은 죽은 곤충의 채집과 분류에만 치중하던 당시 곤충학의 통념을 바꾸어 놓았다. 그가 바로 ‘곤충기’를 쓴 장 앙리 파브르이다. 그는 자연 속에서 곤충의 생태를 관찰하는 연구 방식을 통해 기존의 잘못된 주장들을 뒤집었고, 오늘날 우리에게 곤충학자의 대명사로 남아있다. 아흔 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쇠약한 몸과 겨우 이름만 쓸 정도의 시력을 가지고도 연구와 집필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진정한 노익장을 보여준 인물이다.

‘미국의 샤걀’이라 불렸던 해리 리버맨 또한 인생에서 결코 늦은 때는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분이다. 그는 은퇴 후 조용한 삶을 살다가 76세가 되던 해에 우연히 자원봉사자의 권유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80세에 본격적으로 회화를 배운 후 그의 놀라운 재능이 펼쳐지자 미술가와 평론가들은 그의 천재성을 극찬했다. 노령의 나이에 시작된 그의 화가로서의 삶은 101세가 되던 해에 22번째 개인전을 열기까지 계속되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70, 80 혹은 90세 먹은 사람들에게 이 나이가 아직 인생의 말년이 아니라고 얘기해 주고 싶군요. 몇 년을 더 살 수 있을지 생각하지 말고, 내가 어떤 일을 더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세요. 무언가 할 일이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삶입니다.”

평균 수명이 급격하게 늘어나 100세 시대를 말하는 요즘, 나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삶에 대한 마음가짐 또한 변해야 한다. 예전엔 40대만 되어도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늦은 나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나이도 결코 늦은 때는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연륜과 풍부한 경험이 새로운 도전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두 노인은 삶으로 증명했다. 꿈을 향한 마음과 용기는 나이와 무관하다. 가슴 뛰는 일을 만났을 때, 나이는 진정 숫자에 불과하므로… 꿈을 포기했을 때 늙는 것이다. 도전하는 삶은 결코 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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