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동산 시장 침체 후유증 앓이 심각
▶ 2008년 미국에 불어 닥친 주택시장 붕괴로 벌써 5년째 후유증을 앓고 있다. 최근 들어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그나마 투자용 주택구입이 많아 실소유주들의 주택구입은 아직 완전히 풀린 상태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자율이 전례 없이 낮아 주택 구입자들의 월페이먼트 부담은 크게 낮아질 수 있지만 여전히 다운페이먼트 마련과 은행들의 까다로운 융자
■대도시별 2006년과 2012년 단독 주택 렌트 비율 변화표 (연방 센서스국 서베이 분석, 알파벳 순)
융자 페이먼트 못해 집 팔고…
차압 피해 임대 후 아파트로…
큰 도시일수록 붕괴현상 심해
5채 중 1채는 세입자가 거주
“지역 교육·복지에 부정적 영향”
전례가 없었던 주택시장 붕괴의 후유증으로 렌트로 나오는 단독주택들이 미국에 넘쳐나고 있다. 경기침체로 집을 팔고 나온 사람들이 단독주택 렌트를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집값을 내지 못해 차압에 내몰리는 주택 소유주들이 차라리 필요한 사람들에게 집을 임대해 주고 자신들은 페이먼트가 낮은 아파트 등지로 이주하기 때문이다.
USA투데이는 연방 센서스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 32곳의 메트로폴리탄 대도시 지역에서 지난해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가정의 5분의 1은 렌트 세입자들이라고 보도했다. 이들 중 7개 지역은 2006년보다도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불경기가 심한 지역일수록 렌트 세입자 비율이 더욱 높았다.
이같은 렌트 단독주택의 증가현상은 주택 붐에 이은 붕괴, 불경기로 인한 재정적 부담 가중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USA투데이를 보도했다.
신문은 또 수백만명이 차압으로 주택을 빼앗겨 주택 소유주에서 렌트 세입자로 내몰렸고 첫 주택 구입자들의 내 집 마련의 꿈 역시 불경기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례 센서국 조사인 ‘아메리칸 커뮤니티 서베이’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지난해 거주자가 있는 단독주택의 18%가 렌트로 나타나 주택시장의 최고 활황기를 맞던 지난 2006년의 15%보다 늘어났다.
차압 심한 곳 렌트 증가단독주택 렌트가 가장 많이 늘어난 메트로폴리탄 지역은 차압이 가장 심하게 불어 닥친 곳으로 나타났다.
라스베가스의 경우 렌트 주택이 거의 29%에 달했다. 이는 2006년보다 10%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또 플로리다 케이프 코랄 지역은 25%로 나타나 역시 10%포인트 증가했다. 파산을 신청한 캘리포니아 스탁튼 역시 2006년보다 24%가 늘어나 32%를 넘어서면서 미국 100개 메트로폴리탄 지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차입이 심한 메트로폴리탄 외곽지역 역시 전국 평균보다 높은 단독주택 렌트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들 지역으로는 멤피스, 달라스, 덴버, 시애틀 외곽지역이다.
질로우 경제학자인 벤자 구델은 “이들 메트로지역은 렌트 수요가 증가하면서 주택을 렌트로 돌리려는 주택 소유주들이 늘고 있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질로우 데이터에 따르면 덴버의 경우 매년 8월 기준으로 5.6%씩 늘어나 전국 평균 1.9% 증가율을 훨씬 앞서고 있다.
콜로라도스프링스의 부동산 에이전트인 킴 클라팩은 “파느니 차라리 렌트를 주고 나가자고 결정하는 주택 소유주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전했다.
주택시장 붕괴가 심한 지역 정부관계들 역시 렌트를 더 권장하는 분위기다.
이들에 따르면 주택을 버리고 나가게 되면 주택뿐 아니라 일대의 주거환경이 형편없는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므로 빈 집으로 두는 것보다 렌트를 주는 것을 더 권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스탁튼시의 미카 러너 경제개발국장은 “주택을 놓고 나온 아주 좋은 렌트 세입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제는 타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소유한 주택에 문제가 생길 경우 가장 큰 골칫거리”라면서 “이들을 찾아 버리는 주택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문제도 많아렌트주택의 증가가 교육 시스템이 문제점도 야기하고 있다.
존 후싱 남가주 경제학자는 렌트 세입자들이 많아지면 지역 학교 전학률도 상당히 높아지게 된다면서 렌트 세입자들의 이동이 주택 소유주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 W.P. 캐리 경영대의 마이클 얼 부동산 전문 교수는 이같은 렌트시장의 증가가 지역의 복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수준 있는 주택 소유주의 일부가 그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테넌트도 바뀐다는 것”이라면서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피닉스시는 소규모 투자자들과 더불어 기관투자자들을 유치해 차압당하는 단독주택을 렌트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권장하는 지방정부 중 하나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이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차압을 당한 렌터들이 주택을 되사는 일이 거의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탠더드 & 푸어의 케이스-실러 데이터에 따르면 피닉스의 주택가격은 2011년 바닥세를 친 후 40%가량 주택가격이 뛰어 올랐다. 이는 결국 주택을 놓고 렌트를 사는 사람들이 다시 주택을 구입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얼은 지적했다.
<김정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