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자율 하락하면 ‘펜트 업’ 수요 풀려
▶ 주택 가격 상승 속도 둔화 가능성 커
올해 주택 거래는 높은 이자율과 대통령 선거 등 여러 불확실성 때문에 크게 둔화했다. 매물이 소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내년 주택 거래가 올해보다 9%가량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로이터]
올해 초만 해도 바닥 수준이던 주택 재고가 하반기부터 서서히 늘기 시작했다. 활발한 주택 신축 활동에 힘입어 내년 신규 주택 공급이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로이터]
2024년도 어느덧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 올 한 해 전반적으로 한산했던 주택 시장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더욱 한산해질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 주택 시장도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올해보다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 주택 매물이 서서히 올해보다 늘어나면서 주택 구입 여건은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최근 모기지 이자율이 지속적인 상승세지만 내년 소폭 하락할 전망으로 주택 구입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줄 것으로도 기대된다. 소비자 금융 정보 서비스 업체 뱅크레잇닷컴이 부동산 전문가들로부터 내년 주택 시장 전망을 들어봤다.
◇ 내년 이자율 떨어지고 ‘펜트 업’ 수요 풀린다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컷’(기준 금리 0.5%포인트 인하)에도 불구하고 모기지 이자율은 오히려 상승세로 돌아섰다. 9월 19일 기준 6.08%까지 떨어졌던 30년 만기 고정 이자율은 이후 5주 연속 상승, 6.72%(10월 31일 기준·프레디맥 집계)로 훌쩍 올랐다. 모기지 이자율의 벤치마크 이자율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미국 경제의 탄탄한 성장세에 계속 상승세인 점이 모기지 이자율 상승 원인이다.
최근 모기지 이자율 수준은 작년 10월 8%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낮아졌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보다는 여전히 높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통령 선거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내년 모기지 이자율이 올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제 컨설팅 업체 마켄스타인 어드바이저스의 버나드 마켄스타인 대표는 “내년 모기지 이자율 하락으로 억눌렸던 수요를 풀어주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몇 년 전 사상 최저 수준의 이자율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현재 수준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신규 주택 중심으로 매물 늘어난다
올해 주택 시장의 가장 반가운 소식은 매물 가뭄이 해소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시장에 나온 매물은 총 4.3개월분으로 집계됐다. 매물 수요와 공급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이룬 것으로 여겨지는 5~6개월분에 비해 아직 부족하지만, 올해 2월 2.9개월분과 비교하면 상당히 증가한 수치다. 특히 최근 시중 대출 이자율 하락에 힘입어 주택 신축에 나서는 건설 업체가 늘고 있어 내년 매물 증가 전망은 밝은 편이다.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두 후보 모두 주택 시장 활성화 정책을 주요 대선 공약으로 내건 만큼 주택 시장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전국주택건설업협회’(NAHB)의 칼 해리스 회장은 “대통령 선거가 내년 주택 시장 전망의 ‘와일드 카드’”라며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심각한 주택 재고 부족 문제 해결을 부동산 시장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주택 거래 약 9% 증가한다
올해 주택 거래가 그 어느 해보다 한산했다. NAR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재판매 주택 거래는 월별 대비, 전년동월대비 모두 하락했다. 여전히 많은 바이어가 내년 이자율 하락을 기다리며 시장 상황을 관망 중인 것이 주택 거래 하락 원인이다.
로런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2개월간 주택 거래량은 연간 400만 채 수준에 머물러 있다”라며 “그러나 주택 거래 증가를 기대할 만한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매물 증가, 이자율 하락, 일자리 증가 등을 주택 거래 증가 신호로 꼽았다.
부동산 정보 기관 코어로직도 내년 주택 거래가 올해보다 약 9% 증가할 것이란 예측을 최근 내놨다. 셀마 헵 코어로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자율 하락 전망에 내년 주택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매물 증가로 구입 경쟁 감소 등 주택 구입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신규 주택 시장 전망 밝다
전망대로 내년 이자율이 하락하면 ‘이자율 고정 현상’ 해소로 기존 주택 보유자에 의한 매물 증가 현상도 기대된다. 체이스 홈 렌딩의 니나 기드와니 모기지 대출 담당자는 “현재 모기지 대출자의 약 70%가 5% 미만 대의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다”라며 “이자율이 계속 떨어지면 이자율이 다소 높아지더라도 보유 주택을 처분하고 새 주택을 구입하려는 주택 보유자가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해 주택 매물이 늘고 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매물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신규 주택 시장을 통한 매물로 많이 채워질 전망이다. 그렉 맥브라이드 뱅크레잇닷컴 수석 재무 분석가는 “내년 모기지 이자율이 재판매 주택 매물 증가에 영향을 줄 만큼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낮다”라며 “내년 매물 증가는 대부분 신규 주택 시장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택건설업체를 대상으로 매달 실시되는 신규 주택 시장 전망도 밝은 것으로 조사됐다. NAHB의 10월 ‘주택 시장 지수’(HMI) 조사에서 조사 대상 건설업체 담당자 절반 이상이 향후 6개월 주택 시장 전망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 주택 가격 상승 속도 둔화한다
NAR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6월 전국주택 중간가격은 42만 6,9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지난해보다는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주택 가격 상승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상승 속도는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어로직은 내년 주택 가격 상승률이 평균 2%로, 올해 상승률인 4.5%에 비해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주택 가격 전망은 지역별 주택 매물에 따라 차이가 난다. 주택 매물이 적은 반면 주택 구입 선호지로 꼽히는 서부와 북동부의 경우 주택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마이애미, 보스턴, 덴버 등의 주택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애틀랜타와 솔트레이크시티 등에서는 주택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맥브라이드 분석가는 “내년 전반적으로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은 작지만, 상승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대부분 시장에서 가격 변동이 거의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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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