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캐티 리 l 기러기 부모와 민들레 자녀
2013-10-23 (수) 12:00:00
민들레 꽃씨 한 뭉치가 바람을 타고 공중을 날라가고 있다. 그리고 뿔뿔이 흩어져서 어디론가 이름 모를 곳에 정착을 한다. 하나는 모난 바위 곁의 작은 흙으로, 또 하나는 황량한 땅의 거센 풀 사이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잘 가꾸어진 잔디 곁에 자리를 잡는다. 잔디에 자리잡은 민들레가 가장 안전할 것 같지만 오히려 잔디깎는 기계에 깎이고 간혹 주인의 손에 뽑혀 버려져 꽃도 한번 피워보지 못하고 사멸되기 일쑤다. 불행중 다행으로 모난 바위 곁의 작은 흙이나 황량한 땅의 거센 풀사이에 자리를 잡은 씨앗은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불평하지 않고 억세게 자라나는 생명력을 마음껏 뽐내며 잘 자라서 노란꽃으로 단장을 하고 고개를 바짝 들고 살아가기도 한다.
글로벌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부모님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숫자의 아빠나 엄마가 기러기 부모가 되어 자녀들을 먼 외국 땅으로 보내고 있다. 사춘기의 예민한 시기에 부모의 가정교육을 받지 못해, 상대적으로 인격형성에 다소간의 지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민들레 자녀들은 먼 외지에 덩그러니 보내져 왔다. 기러기 부모를 떠나 외지에서 홀로 커가는 우리 민들레 자녀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으로는 이국 학교생활에서 겪는 문화적 충격, 또래 친구사이에서 겪는 동년배 압력(Peer Pressure), 학업이 주는 심리적 부담,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 등이 있으므로 기러기 부모님들은 민들레 자녀들이 차후에 겪을 고충을 신중히 검토한 후에 결정을 하는 것이 좋으리라.
최근에 텍사스주를 여행하다가 한국으로부터 조기유학 온 고등학생을 한 명 만났다. 지방에서 온 학생인데 부모님이 농사지어서 자기의 유학비를 보내주고 있기에 비용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는 듯 보였다. 그 학생이 부모님께 감사하면서 진로걱정을 제대로 하는 것을 보니 그런대로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민들레처럼 하늘을 빙빙 돌다가 어느 외지에 정착하여 지낼 우리 자녀들을 위해, 부모님들께서는 미리 세심한 준비와 꾸준한 관심으로 성공적인 조기유학이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어렵게 결정한 조기유학이 본인들의 바람대로 유종의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