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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뉴욕한인사회 자폐 프로젝트 ①

2013-10-2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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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희(한국자폐인사랑협회 국제자문위원)

자폐아를 둔 한 엄마로서 또한 한국어가 편한 1세대 이민자로서 아티즘 스픽스(Autism Speaks)와 조지 워싱턴 대학 및 펜실베니아 대학 의학연구팀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아티즘 스픽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폐 관련 연구 및 옹호활동을 하는 비영리 단체로서 자폐에 관련된 다양한 연구와 프로젝트에 2억 달러 규모를 후원하고 있다. 조기진단에 절대적인 유아기의 자폐성 장애 증상에 대한 10년에 걸친 ‘Baby Sibs Research Project’ 연구도 아티즘 스픽스의 후원으로 가능했다. 뉴욕시 한인사회 자폐 프로젝트는 아티즘 스픽스에 익명의 기부자가 자폐아를 둔 한인동포 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구체적인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비추면서 프로젝트 후원금 전액을 아티즘 스픽스에 청탁하면서 시작하게 됐다.


아티즘 스픽스는 조지 워싱턴 대학과 펜실베니아 대학 의학연구팀과 손을 잡고 한인사회 내 자폐관련 인식을 높임으로써 자폐의 조기진단 및 조기개입을 향상시키고자 부모, 서비스 제공자, 그리고 각종 커뮤니티의 직간접적인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의 중점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인사회에서 자폐는 어떠한 모습으로 비추어지고 있는가? 둘째, 그러한 자폐에 대한 인식이 조기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폐 교육과 치료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가? 셋째, 자폐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조기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자료를 한국어로 제작하고 한인사회에 알리면 자폐에 대한 근심이 있는 한인부모들이 자녀들을 위해 자폐 치료 및 서비스를 더 일찍 시작할 것인가?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단계로서 한인 동포사회가 바라보는 자폐는 어떠한 모습인가를 위해 조지 워싱턴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인류학자인 리처드 그린커 교수는 23명의 한인 부모와 인터뷰를 통해 아티즘 스픽스의 100 Days Kit 한국판을 제작했다. 100 Days kit는 자폐 진단을 받은 아이를 가진 부모들을 위해 진단 후 첫날부터 그 혼란한 100일간의 시간동안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상세히 알려주는 가이드북으로서 처음에 영어로 제작됐으며 이후 서반아어를 거쳐 한국어판이 나온 것이다.

이 100 Days Kit 한국어판에서는 여전히 한인사회에서는 자폐의 원인을 엄마의 잘못된 태교나 교육법으로 돌리고 있으며 이러한 잘못된 인식 때문에 엄마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자폐가 있다는 것을 빠른 시기에 인정하는데 결정적인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그 부모가 아이의 자폐를 인정하였다 하더라도 주변의 비난과 질책을 우려해 아이의 장애를 쉬쉬하고 감추려 함으로써 조기교육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시간을 그대로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한다.

현재 뉴욕한인사회 자폐 프로젝트는 ‘M-CHAT’이라는 자폐 조기 검사진단법의 한국어판을 재검점하고 이 진단법을 보다 효과적으로 뉴욕 한인사회에 배포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 팀은 일일이 플러싱에 있는 모든 유아원에 전화를 하고 찾아가 한국어판 자폐 진단법에 대한 설명을 하는 등 그 노력이 상당하다.

아티즘 스픽스의 에이미 다니엘즈 공공보건 부국장은 이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는 한인 동포사회가 보는 자폐 인식도에 대한 연구가 현재는 전무한 상태에서 이 프로젝트는 자폐에 대한 바람직한 인식을 전파하는데 한 몫을 하게 될 것이라 내다본다. 자폐를 가졌는지 유무는 아이가 24개월 안팎일 때 진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에서조차 자폐 첫 진단의 평균 연령은 4세 반으로 되어 있어 조기교육 시기를 놓치는 아쉬움이 크다.

한인 동포사회에서 자폐에 대한 인식이 바람직하게 받아들여져 첫 자폐 진단이 보다 신속하게 이뤄져 그에 따른 적절한 교육과 서비스를 일찍 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이 프로젝트가 다른 소수 인종 커뮤니티에도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연구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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