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김(C2 Education 대표)
SAT와 AP시험을 주관하는 칼리지 보드는 지난달 SAT 점수를 바탕으로 매년 발표하는 ‘대학 및 진로 준비에 관한 SAT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2013년도에 SAT시험을 본 1,600만명의 고등학교 졸업생 가운데 단지 43%의 학생들만이 대학 수업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한다.
칼리지보드의 이러한 발표에 대해 전국의 교육 관련 뉴스 미디어들은 매년 아무런 향상도 보이지 않고 그대로 정체돼 있는 SAT 점수에 대해 유감을 나타내는 기사들을 내보냈다. 또한 칼리지보드에서 보고한 이러한 수치들이 학생들의 실제 실력에 대한 증거라며 경쟁력 없는 교육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현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칼리지보드의 이번 발표는 8월에 발표된 ACT 발표와 비교해 오히려 좋은 소식이라 할 수 있다. ACT는 ACT시험 전체 응시자인 1,800만명의 학생 가운데 단지 26%만이 대학 수준의 수업을 들을 실력을 갖췄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SAT 점수는 이전에 비해 큰 변동 없이 그대로 유지된 반면 ACT 시험 점수는 최근 5년 중 가장 저조한 기록을 보였다.
수많은 교육계 종사자들이 장래 학업 성취도를 예측하는 지표로 SAT나 ACT 점수를 사용하는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SAT나 ACT 점수 뿐 아니라 다른 조사 자료에서도 학생들의 실력에 대해 비슷한 보고를 하고 있다.
’컴플릿 칼리지 아메리카(Complete College America)’의 보고 자료에서는 2년제 대학에 진학한 학생의 거의 50%와 4년제 대학에 진학한 학생의 40%가 대학 수준의 강의를 듣는데 필요한 기본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며 이를 보완하고자 보충 과목(Remedial Courses)을 추가 수강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SAT나 ACT 점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해도 대학 스스로가 상당수 대학 신입생의 학업실력 수준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를 향상시키려고 학점과 상관없는 과목들을 수강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암울한 발표 가운데 한 가지 긍정적인 지표도 발견할 수 있다. 칼리지보드에서 대학 수준의 수업을 들을 준비를 갖췄다고 간주된 학생의 84%가 핵심 교과과정을, 79%는 AP나 Honor 과목을 수강했다는 것이다. 즉, 지속적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수업을 들으려고 노력한 학생들은 대학 수준의 자료를 읽어 낼 충분한 준비가 됐다는 말이다.
보다 현실적이고 실제적으로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고등학교에서 지속적으로 도전적이고 보다 많은 노력과 사고를 요하는 과목들을 수강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많은 대학들이 신입생 선발 기준의 하나로 고등학교에서 수강한 과목의 ‘난이도(Course Rigor)’를 중요한 심사 기준의 하나로 채택하고 있다.
대학에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수준의 수업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대학 학점과 상관없는 보충 과목을 듣는 일이 없도록 고교 재학 중 충분한 실력을 키워야 한다. 쉬운 길보다는 험난하고 고되지만 늘 도전적이고 어려운 과목을 선택함으로 충분한 실력을 갈고 닦아야 할 것이다.
평생에 걸쳐 사용하게 될 읽기와 쓰기 능력, 논리적인 사고와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 수리 능력과 과학적 사고 능력 등을 그 시작부터 탄탄히 준비하고 실천적인 응용의 때가 왔을 때나 기업과 연구소의 현장에 투입됐을 때 학생들이 그간 갈고 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그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각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기 바란다. 늘 스스로를 도전하는 한인 학생들의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