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서기영 ㅣ 응급실(Emergency Room)

2013-10-01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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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관심을 가지고 보는 드라마가 있다. 소아외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굿 닥터”라는 드라마이다. 극 중에서 주인공인 시온은 자폐증을 극복하고 소아외과 의사가 되려고 최선을 다한다. 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참 많이 운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시온과는 다르지만 언어지체를 지닌 둘째 아들 생각에 많은 부분이 공감되어 눈물을 거둘 수가 없다.

두 살이 되어서도 몇 단어 밖에 말을 못 했던 아들, 그래서 그때부터 언어치료를 받고 있는데 남들은 남자아이들은 원래 말이 느리다고 쉽게들 이야기했지만 부모인 나는 참 많이 걱정이 되었고 말을 못해 놀림을 받고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할 때면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리고 응급실에서 일어나는 응급 상황과 그 상황을 지켜보는 부모들을 볼 때면 작년 여름 잘 자고 있던 둘째 아들이 새벽에 의식을 잃어 낯선 미국 땅 응급실에서 하루를 시작하던 날을 다시 기억하게 된다. 주사 바늘을 찔러도 울지도 않고, 엄마가 불러도 대답도 하지 않고, 엄마를 알아보지도 못하며 한참을 깨어나지 않던 아들을 보며 난 제발 살려 달라고 울며 간절히 기도했었다. 다행히 아들은 잠시 후에 깨어났고 그 사건으로 입원하여 이런 저런 검사를 받다가 아들에게 유전자 결손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알고난 후 나의 태도는 많이 달라졌다.

‘얜 다른 아이들과 같은데 말을 잘 못해.’라고 생각하던 것을 ‘얜 특별하기 때문에 말이 느린거야. 그래서 특별하게 가르쳐야 해’라는 생각으로……그리고 일년이 훌쩍 지났다. 지난 수요일 난 다시 한번 응급실에서 아침을 맞았다. 전날부터 감기에 걸렸는지 아들은 밤새 열이 오르내리다 새벽에 다시 열이 올라 해열제를 먹이려 하는데 또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작년 응급실 생각이 머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다행히 이번에는 금방 깨어났다. 그래도 우리 부부는 아들을 데리고 응급실로 향했고. 검사를 하던 응급실 의사도 열성 경련을 일으킨 것 같지만 아들은 유전자 결손을 가진 특별한 경우니 지켜보자며 반나절을 응급실에 있게 했다. 응급실, 인간 존재의 나약함과 마지막을 기억하게 하는 곳이다. 응급실 문을 나오며 난 아들과 나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이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요즘 아들은 말도 많이 늘고 학습에 대한 호기심도 많아졌다. 아직 또래에 비하면 다르지만 아들은 자신만의 단계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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