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캐티 리 ㅣ 생명의 존엄성 앞에서
2013-09-25 (수) 12:00:00
화창한 날씨의 어느 토요일 아침,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일주일동안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피로를 회복하는데는 노래만큼 좋은 치료제가 없는것 같기에 아이패드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옛날에 들었던 추억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불현듯 며칠전에 갑작스런 상해사고로 세상을 달리한 어떤 환자 생각이 났다.
지난 주초 이른 아침에 한 주동안의 빡빡한 의료상담 스케줄을 점검하고 있었는데, 아침부터 걸려온 절박한 전화들이 나의 하루 스케줄을 온갖 긴장과 숨막힘으로 몰아갔다. 생명의 존엄성 앞에서 나는 기존 스케줄을 뒤로한 채 응급상황이 닥친 환자를 만나기 위해 속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시간을 다투는 병원업무에 이미 익숙한 나이지만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가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관계자들과 상담을 마치고 보험회사와 고용주에게 상황을 알리고 나니 온몸이 극도로 피로해져 있는 채로 귀가했었다. 그렇지만 그날 늦은 저녁에 받은 이메일은 그 환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주고 있었다. 나는 바쁘게 지낸 시간들이 허탈하게 느껴지며 또한 숙연해짐을 느꼈다. 그때 여러 군데에서 나의 노고에 대해 감사하다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오랫동안 한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 오다가 은퇴를 불과 3일 남겨놓고 회사일을 하다가 갑자기 운명을 달리한 고인의 허망한 삶의 역정 앞에서 나는 고개숙여 그의 명복을 빌었다.
종업원이 근무중에 사고를 당해 불구자가 되면 고용주와 종업원간의 기존약정에 의해 평생 치료를 받거나 아니면 일시불로 보상을 받기도 한다. 어느 경우나 고용주의 보험료는 종업원들에게 발생하는 사고 비율에 따라 오르게 된다. 치솟는 의료비로 인해 현존하는 보험회사는 그들의 이익을 위해 여러 방법을 모색하면서 보험료를 올리게 되고 그만큼 고용주에게는 실질적인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삼위일체라는 말이 있다. 살기좋은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종업원 환자를 둔 고용주, 의료진, 그리고 보험회사들이 모두 한뜻으로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서 모두에게 혜택이 될 수 있는 더 나은 제도가 구현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