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고(再考)

2013-09-21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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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인식 워싱턴문인회

사립처럼
문 달린 텃 밭에 거름을 훌훌 섞어서
손금에도 숨을 만큼 작은 배추씨를 뿌렸지

마음 속으로
노란 통 배추를 고랑마다 앉혀놓고는
아침 저녁 드나들었는데

오소소
나왔던 새싹은 간데 없고
바늘 꽂은 듯 줄기만 남아 있는 거야


당근을 잘라 틀에 넣어두고
나는 분이 나서 당근처럼 붉은 얼굴로 기다리다가

후덜덜
놀란 토끼눈 이라더니
커다란 눈에 하늘, 우거진 숲까지 다 들어 있던걸
보다 못해 녀석을 놓아주고는

한발에
지구 반 바퀴쯤 뛸 듯
꼬리가 귀 닿도록 달아나는 녀석 앞에서
주(主) 와 객(客)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고 싶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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