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손예리 l 스트레스는 내가 받는 것
2013-09-16 (월) 12:00:00
얼마 전 여러가지 일로 스트레스가 마구 쌓인 적이 있었다. 뭐 그 누구나 다 경험이 있겠지만, 아침부터 일이 꼬이고, 사적인 일부터 공적인 일까지 이리 막히고 저리 깨지는 그런 답답한 하루였다. 기분이 종잡을 수 없이 나빠지기 시작할 때 하고 있던 일에서 겨우 살짝 떨어져 바람을 쐬기 위해 잠시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게, 밖으로 나와 심호흡을 하며 하늘을 보니 너무 높고 파래 어이없이 웃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하루종일 이런저런 일에 쫓기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밖으로 나와 보니 세상은 내 문제와 상관없이 흘러가고 큰 빌딩들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정말 무심히도 파란 것이었다. 그리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힘들어 하고 안타까워 하는 것들이 결국은 세상 흘러가는 일엔 정말 작은 것임을.
예전에 누가 그랬다. 스트레스는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받는 것이라고. 잘 하고 싶은 욕심, 기대하는 결과, 내 뜻대로 되길 바라는 마음이 결국 자신을 무겁게 하고 힘들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고 많은 일들이 생길 때, 결국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만 할 뿐 나머지는 내 영향 밖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가끔 망각하고는 한다. 결론은 이런 일들이 내게 스트레스를 주는 게 아니라, 내 뜻대로 안되기 때문에 내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인데 말이다.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내 생각과는 별개로 울고 웃고 화내는 다른 이들과 부딪치기 때문에 마음을 다치게 되는 것일 뿐, 결국 다른 이들의 감정과 생각은 내 영향 밖이라는 걸 알고 나면 한결 수월하게 넘길 수 있는데...살짝 깨지고 아프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하고, 나머지는...그래, 내가 조금 손해본다는 마음으로 넘기면 그만인 것을.
그 날은 이렇게 현명한 듯 잘 넘어가며 “에잇, 화 내기도 이젠 지친다. 그냥 잊어버릴래” 하고 털어 버렸지만, 다음엔 어떨지…하지만 괜찮다. 어차피 내가 조절할 수 없는 일들이 대부분인 일상에서 내 자신한테 완벽한 모습은 기대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해 적절히 대응해 가기로 했으니까. 기대와 다를 때 아쉬워지고, 아쉬움이 깊어지면 실망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