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임남희 l 감시자들
2013-09-12 (목) 12:00:00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당신의 나이, 성별, 가족은 물론이고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 그들은 당신이 불안해 한다는 것을 안다. 슬프거나 화가 날 때 그들은 당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온다. 그리고, 희망과 환상을 보여준다. ‘당신은 행복할 수 있어.’ 그들의 최종목표는 당신의 무의식을 점령함으로써 당신을 그들이 원하는 대로 조종하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섬뜩하지 않은가? 이는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Big brother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지금 이 시간에도 당신을 향해 폭풍처럼 쏟아지고 있는 마케팅의 공격에 대한 현실의 이야기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끊임없이 소비를 부추긴다. 이를 위해 아이들을 이용하고(키즈 마케팅), 뇌과학을 접목시키기도 하며(뉴로 마케팅) 심지어는 보안을 위해 설치된 CCTV를 통해 고객을 면밀히 관찰, 분석하기도 한다. 실제로 마케팅 전문 컨설팅회사들은 거리, 역, 쇼핑몰 등지에서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관찰하여 그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소비증진 기법을 연구한다.
우리가 자주 가는 마트와 백화점은 고도의 마케팅 전략의 산물이며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그 전략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의 행동이 무의식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인간이 내리는 결정에서 의식이 차지하는 부분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한다. 현대사회에서는 필요에 의한 구매보다 충동적인 소비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 지금 느끼는 공허함을 구매한 물건이 채워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무의식 중에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이다. 일명 ‘지름신’은 우리 무의식 속에 있는 낮은 자존감이다.
소비는 인간의 나약함의 산물이고 자본주의는 이를 최대한 이용하여 이윤을 극대화하려 한다.
최근에는 CCTV를 통해 매장에 들어서는 고객의 얼굴을 인식하여 고객 정보를 파악하고, 바로 고객이 좋아하는 제품의 할인쿠폰을 스마트폰에 전송하는 기술까지 등장했다고 하니 놀라움을 넘어 공포가 느껴진다. 마케팅 전략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진화한다. 이러한 감시사회에서 현명한 소비를 하기 위해서 우리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카드회사의 광고 카피처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꼭 필요한지? 갚을 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