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손예리 l 나를 이해하면 남도 이해가 된다
2013-09-10 (화) 12:00:00
얼마전 직장에서 ‘Strength Finder’(강점찾기)라는 테스트를 했다. 마이어 브릭스의 성격 테스트와는 스타일이 다른 것인데, 여러 질문을 통해 한 사람이 공부나 일을 하는 과정, 그리고 다른 이들과 소통할 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긍정적인 성향들을 찾는 것이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이렇게 내 장점들을 알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내 단점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 강점은 ‘지성’ ‘학습자’ ‘입력성’ ‘일관성’ ‘조화’였는데, 진짜 내 장점인지는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성향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수긍이 갔다. 동적인 것보다는 정적인 것을 선호해 책이나 자료를 통해 지식을 얻고 배우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처음 세가지 강점은 대충 맞는 듯싶다. 남들이 트리플 A형이라고 할 정도로 일관성이 깨지는 것과 분란이 생기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나머지 성향들도 틀리진 않은 것 같다.
근데 이렇게 내 장점을 보다보니, 여러 단점도 보이기 시작했다. 일관성과 조화를 유지하는 것을 잘하다 보니 그런 편안함이 깨지는 걸 극도로 싫어했고, 그걸 깨는 사람이 있을 땐 대처를 못하고 당황하기 일쑤였다. 즉 내가 원치 않은 변화가 왔을 때 적응하는 걸 어려워 하는 게 큰 약점이었던 것이다. 사소한 일에 “내가 왜 이렇게 짜증을 내지?” 하고 의문스러웠던 옛날 상황들이 이해가 갔고, 꼭 남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예민해서 충돌이 많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문득 돌이켜보니 “저 사람은 왜 저럴까?”라고 질문을 했던 적이 많았는데, 이젠 “저 사람은 나랑 다른가봐” 하며 넘어가는 너그러움도 키워야 할 것 같다.
여러 장점과 단점은 하나의 뿌리에서 각자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가지고 갈라진 것 같다. 내 강점들을 찾고 보니, 같은 곳에서 뻗어나와 그 반대편에 존재하는 내 단점들이 보였고, “괜찮아, 그 정도는 조금씩 고쳐나가면 돼” 하며 나를 다독이다 보니 남의 실수나 단점도 미워하거나 다그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단점이 장점과 연결되어 있고 긍정적인 부분으로 바뀔 수 있듯, 다른 이들의 단점도 당연히 긍정적인 면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 자신에게 너그럽다면, 남에게도 너그러운 게 당연한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