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임남희 l 위대한 유산

2013-09-05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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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무엇일까? 요즘처럼 취업난이 심각하고 학벌, 학연, 지연 등 소위 배경이 중요한 시대에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형, 무형의 유산이 자손들의 삶을 크게 좌우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과 부모세대의 경제력이 자식세대로 대물림 되는 양상이 심화되고 있어 사회 계층간 이동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니 부모가 자식에게 집 한 채라도 마련해 주거나 좋은 교육이라도 시켜서 그들의 삶에 안정된 기반을 마련해 주고자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부모들조차 먹고 살기가 팍팍한 이 시대에 그것은 대다수의 서민들에겐 꿈 같은 얘기다. 그러면 우리에게 희망은 정녕 로또뿐이며,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은 척박한 현실뿐일까?

명심보감에 이런 말이 나온다. ‘재산을 모아 자손에게 남겨준다 해도 자손이 반드시 다 지킨다고 볼 수 없고, 좋은 책을 모아 자손에게 남겨준다 해도 다 읽는다고 볼 수 없다. 이는 남모르게 음덕을 쌓음으로써 자손의 훗날의 대비책으로 삼는 것만 못하느니라.’ 부모가 자식에게 남겨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돈이나 권력이 아니라 음지에서 남모르게 행해진 선행이라는 말인데… 나는 한동안 이 말을 곱씹어 보았다. 부모가 남몰래 한 선행이 자손들의 삶에 어떤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말인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두 종류의 부모가 떠올랐다. 하나는 자신도 가난하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부모였고, 다른 하나는 영훈중 입학비리에 연루되어 기소된 학부모들이었다. 그 자녀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며 자랄까? 첫 번째 부모의 자녀들은 남을 배려하며 이웃을 돌보고 사랑하는 고귀한 마음을 배울 것이고, 두 번째는 나만 잘 되면 그만이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불법, 편법을 일삼는 도덕과 윤리가 결핍된 이기심을 배울 테니 누가 제대로 된 인간으로 자랄지는 자명하다. 이웃을 사랑하고 세상을 정직하고 바르게 살아가려는 마음가짐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무언의 가르침이며 위대한 유산이 아닐까? 그러므로 온갖 불법과 비리로 축적한, 국민의 피와 땀이 배어 있는 수천억의 비자금을 은닉하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금 최악의 유산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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