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윤혜석 ㅣ 아! 꿈에라도 보고싶은 엄마

2013-08-2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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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만 같았던 눈물로 보내드린 그날이 어느새 세월은 흘러 엄마 가신 지 5년이다. 구름 한점없이 청명하던 하늘, 꽃들의 빛깔이 유난히 선명하던 팔월의 그날, 엄마는 그 빛을 따라 곱던 삶의 터전을 하늘로 옮기셨다.

할머니를 가슴에서 떠나 보내지 못하고 못내 슬퍼하던 손주들, 할머니의 정성을 먹고 입으며 자라 어엿이 제자리를 지키는 다 큰 손주들의 오열 속에, 해도 해도 못다하는 보답에 너무도 안타까운 자식들의 눈물 속에, 홀로 남아 지난날들의 회한에 잠겨 쓸쓸한 남편의 배웅 속에 엄마는 가셨다. 바쁜 자식들 도우려 보살핀 손주들은 이제 할머니를 품에 안아줄 만큼 컸는데 그렇게 빨리 가실 것을 알지 못했던 마음들이 할머니를 품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얼마나 울었던가. 밤마다, 틈날 때마다 자식들 이름 부르며 손주들 떠올리며 기도하던 목소리가 그친 그날 이후, 흔들리며 힘겨워했던 아들딸의 시간은 또 얼마였던가. 아직도 곳곳에 당신의 손때 묻은 기억들이 남아 돌아보면 코끝을 시큰케 하는 정성스런 손길은 점점 더 그리움을 깊게 하고 있다. 주일 예배당 앞 자리, 아버지와 늘 나란히 지켜온 그 자리에 이제는 아버지 홀로 꿋꿋하시지만 바라보는 딸의 눈에는 자주 이슬이 맺힌다.

어린시절 추운 겨울날, 아랫목에 따뜻하게 데워진 옷을 입혀 차갑게 파고드는 추위를 지켜주었고 따뜻해진 마음은 따뜻한 마음을 갖고 살게 하였다. 갈래머리 학창시절, 긴 머리 정성으로 땋아서 곱게 단장시켜 주었던 손길은 단정한 마음가짐과 자신에 찬 당당함을 길러주었다. 6.25전쟁 무렵 인연을 만나 사랑하고 두 딸과 두 아들, 열이나 넘어 되는 손주들. 질곡 많은 삶에도 굳은 의지로 가꿔낸 터전은 남은 자손들의 든든한 울타리로 아직까지 둘러쳐져 있다. 길거리 유리창에 비치는 모습에 깜짝 놀라 다시 보면 엄마의 모습 그대로 한 채 내가 거기 서 있다. 엄마가 하던 몸짓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나를 본다. 그럴 때면 더욱 보고 싶어지는데, 꿈에라도 보고 싶은데 꿈에서도 만나지지가 않는다. 반달만 가는 길, 높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곳, 그곳에 가면 푸른 언덕에 편히 누워 나를 반기는 엄마를 만날 것이다. 꿈에도 만나지 못하는 엄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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