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려 준다는데

2013-08-22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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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수 / 저먼타운, MD

두어 달 전에 동네 한 바퀴를 돌던 누나가 기분이 매우 좋아 보이는 얼굴로 들어왔다. 밖에서 뭐 좋은 일이라도 있었냐고 묻는 우리에게 그럴 일이 있다고만 했다. 수술이라고는 생전 처음 해야 하는데 이제 날짜가 정해져 한 달 후면 갑상선 수술을 받아야하는 누나는 두려움에 떨고, 무서움에 떨고, 잘못 하다가는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불안해서 잠을 못 이루고 있었는데 가족들이 공원에라도 다니라고 해서 마지못해 한 것이였기에 더 궁금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재차 묻는 우리에게 공원에서 산책을 하는 모녀를 보았다고 한다. 그것이 왜 즐거운지 궁금해 하는 우리에게 모녀와의 대화를 말씀 하신다. 한 일주일전부터 모녀가 산책을 하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아침마다 두 사람이 산책을 하는 모습을 바라볼 때면 매우 행복해 보였다고 한다. 오늘은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데 산책 하던 모녀가 옆에 앉으며 인사를 했단다. 함께 인사를 나누며 산책을 하는 모습이 참으로 행복해 보인다고 하자 엄마 되는 여자가 그냥 웃기만 했다고 한다. 우울해 하는 누나에게 어디 아프냐고 물어오자 누나는 한 달 후에 갑상선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불안한 마음에 이러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의사가 살려 준다는데 왜 걱정을 하십니까” 라고 하더란다. 세상에는 살고 싶어서 수술을 받고 싶어도 수술을 해 주지 않아서 살수가 없는 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아시냐면서 수술을 한다면 살 수 있는 것이라며, 자신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아 수술을 해 주지 않는다고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더라는 것이다. 자기는 폐암 말기로 앞으로 길게 살아야 5개월 정도 살 수 있기에 딸과 좋은 추억이라도 만들려고 이렇게 힘에 부쳐도 산책을 하고 있다고… 젊어서 건강한 것 같기에 병원과는 담을 쌓고 살아 왔는데 어느 날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더니 폐암 말기라서 수술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단다. 그래도 남은 삶이라도 후회 없이 살려고 노력 하고 있다고 했다. 의사를 믿고 수술을 받으라고 하면서 고쳐 준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서 “그래도 당신은 의사가 고쳐 준다고, 살려 준다고 하잖아요” 하더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누나는 마음 한구석에서 무언가를 내려놓는 기분이 들면서 머리가 맑아 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한 달 후 우리 누나도 수술을 받을 때 그 말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수술을 받기위해 침대에 누웠을 때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마음속으로 의사들이 살려 준다는데, 고쳐 준다는데, 하는 생각을 계속 하면서 잠에 빠져 들었다고 했다. 이제는 항암치료도 끝내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누나를 보면서 생명을 존중히 여기며 지금도 병마와 싸우고 있는, 또는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의사 선생님이 고쳐 준다는데 마음을 편하게 하시고 힘이 들지만 용기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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