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손예리 l 당당하게 산다는 것

2013-08-12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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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고 3여학생에게 ‘수능이 끝나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하고 물었는데 ‘성형수술’이라는 답이 제일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결과는 요즘 많은 부모들이 좋은 대학만 들어가면 입학선물로 딸들에게 성형수술 해준다고 하는 트렌드와 상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내게 가까운 사람이 수술한다고 하면 “넌 지금 그대로가, 너만의 매력이 있는 거야”라며 말리는 편이다. 모든 사람은 장단점이 공존하고, 많은 고민과 실천의 끝에 단점마저 나만의 매력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전에 중학생이었을 때 아버지랑 길을 가는데 어떤 훤칠한 백인 여성이 수트를 입고 어디론가 바삐 걸어가고 있는 걸 보았다. 그때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당신이 미국에 와서 경이롭게 보신 게 미국여성들의 걸음걸이라고. 남자들 못지않은 당당함으로 걷는 게 신기하고, 멋있어 보이시더란다.

그리고 덧붙이셨다. 내가 그렇게 당차고 활력 넘치는 여성으로 성장하는 게 당신의 바람이시라고. 그 바람에 맞게 성장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성인이 된 나는 당당하게 사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고는 한다. 미국, 한국 상관없이 그 어디에서 살아도 많은 편견에 맞닥뜨리며 사는 게 우리네 인생이기 때문이다. 여자로서 예쁜 얼굴이 아니면 못 받는 대접, 돈이 없다는 서러움, 그리고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당하는 무시 등등. 쌍꺼풀 없는 작은 눈과 낮은 코를 자랑하는 평범한 얼굴에, 몸매도 한국에 있었다면 ‘건강하다’고 놀림 받을 체격이지만, 그래도 난 미국에선 자연스런 동양미가 최고라며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는 한다.

소위 말하는 좋은 차에 집 한 채도 없지만, 내게 의미있는 일을 하며 내 힘으로 살 수 있다는 것에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하며, 마지막으로 내 피부색 때문에 무시당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대항하기 위해 내 투지를 불태우고는 한다. 그런 부조리한 부분들을 깨닫고, 그것에 휘둘리지 않고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게 내 나름대로 당당하게 사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남들이 멋대로 정한 불평등한 가치관에 열등감을 느끼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나만의 매력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는 법. 그렇게 당당하게 살기 위해 난 오늘도 심호흡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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