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서기영(주부) ㅣ 로즈가든(Rose Garden)
2013-08-06 (화) 12:00:00
한국에서 매일 교회 사역으로 바빴던 삶과 달리 미국에서의 삶은 매일 아침 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는 것으로 분주하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둘째가 6개월이었다. 어린아이를 베스넷에 담아 서투른 솜씨로 운전하여 아이든 바구니를 들고 첫째아이 등하교를 시켰다. 지금 생각하면 미국에서는 당연하고 별일 아닌데 그때는 그것이 정말 삶을 우울하게 하고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학교로 가는 길에 보이는 커다란 로즈가든 표지판을 매일 보면서도 그곳을 한번 걸어볼 생각조차 못하며 지냈다.
그렇게 2년의 세월을 지나고 둘째가 Daycare에 다니게 되면서 로즈가든을 혼자 산책하기 시작했다. 그후 2년동안 지치고 힘들 때면 의도적으로 로즈가든에 들려 산책을 한다. 장미 하나하나를 살피다 보면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여유와 쉼,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장미는 붉은색이란 편견은 로즈가든을 걷다보면 싹 사라진다. 흰둥이, 노랑이, 분홍이, 주황이, 진분홍이, 보라돌이, 다홍이, 얼룩이 그리고 붉은장미 등등……어떤 것은 화려하게, 어떤 것은 수수하게, 어떤 것은 봉우리를 터뜨리며 생기있게, 어떤 것은 시들어가며 있다. 각종 장미를 보고 있자면 외로움, 슬픔, 고통 같은 감정들도 즐거움, 행복, 평안과 같은 우리 인생의 한부분임을 알게 된다. ‘삶이 왜 이렇게 힘드나’ 하는 나만의 편견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래서 로즈가든을 이리저리 걸어나오면 삶의 새로운 에너지와 향기가 내 일상에 스며드는 것을 느낀다.
오늘도 로즈가든을 걸었다. 특별한 로즈가든, 미국에서 크고 아름다움이 손꼽히는 포틀랜드의 로즈가든을 아들과 같이 걸으며 인생의 쉼과 여행의 여유를 즐겼다(남편이 나의 로즈가든 사랑을 알고 가족여행의 한 코스로 선물한 시간이었다). 산책을 하며 아들은 “엄마, 여기 큰 포틀랜드보다 버클리 로즈가든이 더 좋지?” 하고 말했다. “응 , 엄마는 여기도 멋진데 버클리 로즈가든이 더 좋아”라고 대답했다. 그렇다. 아들은 어리지만 엄마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유명한 곳보다 버클리, 일상이 있는 소박하고 아담한 로즈가든이 난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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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영씨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다. 지금은 유학생 남편과 두 아들을 뒷바라지하는 미국생활 4년차 주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