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김현희 ㅣ 모성의 밝기

2013-07-30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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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동행’ 같은 어려운 처지의 가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건 그 집에 엄마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표정이 많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엄마가 있는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결핍이 덜 느껴진다. 그리고 좀더 안정되어 보인다. 그러나 엄마가 생활고로 가출했거나 없는 아이들은 더 불안해 보이고 소외되어 보인다. 이건 나만의 느낌은 아닌가 보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괴물’에서 엄마가 없는 가정을 주인공으로 택한 이유도 그 가정의 불안함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엄마가 없는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볼 때 그 아이들의 엄마가 어디에선가 살아있다면 빨리 돌아와서 아이들 옆에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된다. 얼마 전에 자동차를 운전해 가다가 교차로에서 잠시 서게 되었다. 무심코 인도로 걸어가는 엄마와 아들이 눈에 띄었다. 두 살 정도 되는 남자아이는 뭔가가 신나서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가고 건널목이 나타나자 엄마가 아이를 품에 안고 건너갔다. 그냥 흔히 보는 장면이었는데도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건 모자가 뿜어내는 따뜻한 행복감이었고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모성의 밝기였다고 생각한다. ‘저 아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가 옆에 있겠구나!’ 그런 안도감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나의 세 아이가 생각났다. 나에게 엄마라는 이름을 붙여준 세 명의 아이들은 나로 인해서 행복할까? 나와 우리 아이들이 함께 있을 때 저런 따뜻함을 누군가 느낄 수 있을까? 엄마인 나는 벅차고 충만했는데 내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첫아이 낳았을 때 세상 모든 사람이 모두 엄마의 자식들이라는 걸 새삼스레 느끼고 하나하나가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걸 깨달았던 순간이 있다. 세상은 갈수록 험악해지지만, 우리가 모두 엄마의 자식들인 이상, 모성의 따뜻한 밝음이 우리를 지켜주기를 내 아이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비춰주기를 바라고 또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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