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이애연 ㅣ 전화 한 통화

2013-07-2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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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어느 암 환자는 ‘전화 한 통화’가 암 환자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아무리 강해 보이는 환자라도 집에 홀로 있자면 온갖 잡념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특히 춥고 캄캄한 저녁에는 더 외로워지는 게 아픈 사람의 심정이다. 샬롬회 봉사자들이 일일이 환자 집을 찾아 다닐 수는 없지만 전화 한 통화로 환자의 안부를 묻고, 안심을 시켜줄 수 있다. 전화 한 통화로 정말 큰 위로와 기쁨과 행복, 희망을 줄 수 있다.

이렇듯 소중한 전화 한 통화로 맺어진 친구도 있다. 10여년 전 새크라멘토의 12월 춥고 컴컴한 밤에 수첩을 뒤적거리다가 한참 보이지 않았던 자매들이 생각나 전화를 걸었다. 한 자매는 힘들었던 그때 내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화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나도 그 말에 공감했다. 그들을 위해 전화한 것이지만 나도 외롭고 적적할 때 전화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어하는 것은 다 같은 마음이다. 다행히 나는 전화를 기다리기보다는 전화를 먼저 거는 쪽이다. 또 전화를 걸었을 때 상대편에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느낄 때 나 역시도 행복해진다. 그래서 나는 전화 한 통화의 마법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전화 한 통화 때문에 큰 아들은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늦게 들어오게 되면 전화를 해달라고 여러 차례 부탁했건만 사춘기 시절 전화 한 통 없이 12시가 넘어 귀가하는 아들을 새벽2시에 쫓아버렸다. 전화 한 통화 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부모의 애를 태운 아들이 노여웠다.

또한 전화 한 통화 못해서 친구를 잃을 수도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친구들과 연락이 뜸해지면 전화하기도 서먹서먹하다가 그만 연락이 끊어지는 경우도 많다. 40년을 넘게 알고 지내던 언니와 어느날부터인가 연락이 끊겼다. 내 웨딩 드레스를 손수 감을 떠다가 만들어준 친언니 같은 사람인데 소원해졌다. 멀리 캔사스에 살아도 가끔 연락했었는데 언제부터였는지 그렇게 되었다. 폐암 판정을 받고 항암 치료중이라는 언니를 방문하겠다고 용기를 냈으나 그만 거절당했다. 전화 한 통화를 아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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