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이애연 l 내 소중한 발
2013-07-17 (수) 12:00:00
내 발들은 주인을 잘못 만나 고생이 심하다. 지난 11년간 12월 첫번째 일요일 열리는 캘리포니아 마라톤대회에 연속 11번을 참석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런데 마라톤을 마친 후가 더 가관이다..벌벌 기어가듯 걷고, 신도 신을 수 없을 정도다. 결국 부어버린 내 발에 맞는 신이라곤 오직 슬리퍼뿐이다. 이때 잊고 살았던 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마라톤을 뛸 때 큰 신에 양말을 겹으로 신고 뛰어도 발이 붓기 시작하면 통증을 겪게 된다. 게다가 발톱도 불편하다 못해 시퍼렇게 멍이 들면서 빠진다. 발 물집이 생기면 물집을 터트리면서 계속 뛰어야 하는데 물집이 터진 곳은 발이 움직일 때마다 눈물이 찔끔 나도록 쓰리고 아프다. 그래도 완주를 해야겠다는 발 주인의 고집으로 발들이 고생을 한다. 한해는 경기 시작 바로 전 생리가 시작됐는데 발이 두배나 커졌다.. 30km 쯤 도착했을 때 중단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응급버스를 애절하게 바라봤다. 그래도 지금까지 달려온 것이 너무 아까워 쩔룩거리면서 완주를 했다. 아마도 그해에는 회복하는데 1, 2주 걸렸던 것 같다.
2년 전에도 815Km를 26일간 연속 걸은 적이 있다. 매일 하루 평균 30Km를 걷는데 아침에 일어나 발 준비하는데도 30분 걸렸다. 그 다음 신을 신고는 한참을 발을 다져 주어야만 뒤뚱거리지 않고 그날 하루를 걸을 수 있었다. 그토록 고생한 발들에게 저녁에는 소금물이나 식초물에 담궈 주면서 마사지를 하고 달랬지만 매일밤 발들은 열을 뿜어 내면서 성질을 부리기 시작해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또한 물집도 생기고 발톱도 빠져 버린다. 그 때 발에 바르는 약품과 필수품 값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여자들은 아기 낳을 때 겪는 통증을 잊기 때문에 다음에 아기를 또 낳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나도 같은 마음이다. 발에 대한 고통을 잊어버리고 다시 마라톤에 나서고야 만다. 그러나 몸의 일부가 아프면서 몸부림칠 때에 우리는 비로소 신체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게 된다. 다시 한번 내 발에게 미안하다. 이를 반성하는 마음으로 내 몸 전체를 귀하게 여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