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최형심 ㅣ 생일날 만난 마이클 잭슨

2013-07-12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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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거리는 여름 오후가 되면 후덥지근하고 도시에 열꽃이 핀 것처럼 들뜬 분위기가 된다. 그날은 나의 생일이었다. 그날로부터 6개월 전,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가 예기치 않게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깊은 슬픔을 해결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맘껏 울어보지도 못하고 나는 몇 달을 겁에 질린 아이처럼 충실히 일만 했다. 오랜동안 나는 컬럼비아의 Philosophy Hall 오피스에서 땅만 보고 걸어 수업할 교실까지 와서야 겨우 고개도 들고 준비한 미소를 띠며 ‘Bonjour!’ 하며 학생들 앞에 서곤 했다.

남편이 생일날 늦게라도 나가자고 하여 블랙 써머 드레스를 입었다. 늦은 저녁을 먹고 오번가 옆을 걷는데 갑자기 마이클 잭슨 같이 생긴 사람이 내 옆을 지나 밴 속으로 들어갔다. 나도 모르게 "깜짝이야, 마이클 잭슨인 줄 알았네"라고 한 말을 서 있던 운전수가 듣고 "누구? 절대 그럴 리 없죠"한다. 나도 "잘못 봤겠지" 하며 몇마디 더 주고받고 뒤돌아가려는데 차 안에서 갑자기 귀에 익은 소년의 음성이 들려왔다.

"It’s Ok. Let her in."
순간 무언가 굉장히 좋은 일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 솟는다. 운전수 지시대로 밴 속에 들어가니 마이클이 뒷좌석에 앉아 "Hi" 하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이름, 어디 사는지 묻고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형수가 입양된 한인인데 자기를 키웠다는 둥, 당장 친구라도 된 듯하다. 몇달간 크게 웃어본 적 없다가 "마이클! 지금 네가 정말 내 옆에 앉아있는 거 맞아?" 하고 깔깔 웃고 잭슨 파이브 얘기 등 흥분의 도가니 속이다. 그가 다정하고 진지하며 재밌고 순전함을 지닌 특별한 인간임을 알아볼 수 있는 소중한 대화 분위기에 웬지 감동이 되었다. 생일이라고 여러번의 허그로 축하해주고 싸인했던 자기의 펜을 주었다. 20분이나 됐다고,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운전수가 소리쳤다.

마이클 잭슨을 만났던 환상적인 순간은 딸이 안스러워 아빠가 보내신 생일 선물이었나. 그는 어떻게, 거기서, 그날 저녁, 잠시 마음 위로할 길 없던 나를 만나, 기대조차 하지 못한 위로를 주었을까. 나는 견뎌냈고 어이없게 그가 스러졌다. 그 생일을 기억할 때마다 느끼는 감동과 애석함은 형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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