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시각] 이지수 ㅣ 스마트한 사회의 이면
2013-07-12 (금) 12:00:00
깎아서 쓰는 연필과 복잡하지만 왠지 모를 설렘을 주는 헌책방. 모두 아날로그 감성을 가진 단어들이다. 이런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손편지를 받아본 게 언제였더라 생각하면 아마 초등학생일 때가 아닐까 싶다. 친구들과 생일, 축하, 화해의 순간을 모두 손으로 쓴 편지와 함께했다. 그런 편지를 받는 순간 느끼는 기분 좋은 두근거림은 느리고 촌스러운 손편지의 매력이다. 예상치 못한 손편지를 받았을 때, 어렸을 적 다니던 헌책방이 아직도 있을 때, 학교에 내가 앉았던 책상이 그대로 일 때. 이 모든 순간은 사람들을 설레게 한다. 그 시절의 나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면서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그 순간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설렘과는 조금 다르다.
세상은 점점 모든 일에 속도를 높이며 효율성을 중요시한다. 더 이상 손편지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되었다. 편지보다 빠른 음성 메시지를 주고받던 삐삐는 통화를 주고받는 핸드폰으로 발전하고 그 핸드폰은 하나의 작은 컴퓨터가 되고 또 그 안에서 우리는 많은 정보를 공유하며 사람들과 교류를 한다. 작은 화면 안에서 이루어지는 시간과 소비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더 확연하게 느껴진다. 가령 지하철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앉아있는 승객들뿐만 아니라 서있는 승객들은 서로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그 작은 화면에서 바삐 움직인다.
오래 전 스마트 폰이 없던 시절은 어떻게 살았을까? 아니, 핸드폰이 없던 시간은 어떻게 존재했을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 답답함이 느껴져서 그 시절의 내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우리 반에 핸드폰을 들고 있는 학생은 없었다는 건 기억한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짧은 기억이 아니라 추억이 그리울 때가 있다. 오히려 전화가 없던 시절이 더 애틋한 기억으로 남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본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미래의 우리는 컴퓨터로 집에서 쇼핑, 식사, 그리고 사회 활동 등 모든 것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회에서 우리가 겪을 외로움 또한 그 미래의 문제점으로 그려졌다. 거의 10년이 지나고 우리는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고등학교를 가고 대학을 다니면서 전세계적으로 첨단기술은 무궁무진하게 발전했고 한국이 IT국가로 전세계에 알려졌다.
그 미래에 대한 우려도 현실이 되었다. 전화나 SNS를 통해 사람들과의 교류의 장은 넓고 다양해졌지만 그 교류의 빈번함의 비해 소통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세상은 편리해졌지만 그 기술력이 행복까지는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첨단 IT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함으로써 사회적으로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 또한 많아지고 그 발전 속도에 발맞춰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낀다.
빠르고 또 빠른 사회에서 시계가 패션이 아니고 시계였던 그 시절이 아득히 먼 옛날이 되고 있다. 가끔은 스마트한 사회에서 벗어나 핸드폰을 손에서 놓고 사람들과 눈을 보며 상대방과 나의 감정을 느끼면서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