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꽃을 피웠다

2013-07-05 (금) 12:00:00
크게 작게

▶ 이정자 워싱턴문인회

너무 웃자라 성가시다며
베란다 구석에 팽개쳐놓은 베고니아
깡마른 가지에 자잘한 분홍 꽃 달았다
기어이 살아냈다고,
꽃을 피웠다고,
배알도 없이 배시시 웃는다

내리 딸 넷을 낳고
혹시나 하고 낳은 것이 또 딸이라
윗목에 밀쳐놓고 죽기를 바랐다는
천덕꾸러기 옆집 막순이

억새풀같이 자란 그녀가 훗날
집안의 기둥이 되었다는
세상 한 모퉁이 밝히는 인물 되었다는

오늘 난
분홍 꽃 졸랑졸랑 달린 베고니아 화분을
볕바른 거실에 들여놓고
예쁘다, 예쁘다 중얼거리며
배시시 염치없이 웃는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