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이애연 ㅣ 잡초
2013-07-03 (수) 12:00:00
잡초를 보면 늘 뽑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잡초는 번식률이 빠르며 생명력도 강하다. 우리집 앞 전원이 잡초라고 생각하면 사실 짜증도 나고 화가 많이 난다. 그런데 나는 잡초를 보면서 많을 것을 배웠고 잡초를 뽑으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아들들이 2살 과 5살 되었을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아무하고도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부부간의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나는 호미를 들고 앞뜰에 나가 잡초를 뽑기 시작했다. 아무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단지 호미로 잡초를 뿌리째 뽑아 버리는 자체가 속이 후련했다. 영어로 “cathartic”은 속에 있는 것을 풀어 제거한다, 또는 깨끗하게 씻어 내주는 것을 뜻한다. 나는 혼자만의 문제들을 잡초 뽑아 버리듯 잠시라도 내 속안의 잡초를 뿌리째 뽑아내는 쾌감을 가졌다. 잡초 뽑기에 집중하니 내 머릿속 복잡한 문제들을 잠시나마 잊어버렸고 순간적 치유를 경험했다.
번식이 빠른 잡초를 보면서 아들들 교육과도 비유가 됐다. 아이들은 나쁜 것들을 빨리 배우며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을 만든다. 잡초 하나가 자랄 때 빨리 뽑지 않으면, 뿌리까지 뽑지 않으면 잠시 한눈 파는 사이에 온 밭을 덮고 뿌리는 땅 밑 깊이 번져가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 그래서 아이들의 나쁜 버릇을 그 순간 지적해서 옳고 그른 것을 판단 할 수 있게 해주었고, 야단 맞을 일을 저지르면 단번에 야단을 치고, 벌 받을 일을 하면 벌을 주었다. 그래야만 올바른 성인으로 성장할 것 같았다.
또 생명력 강한 잡초를 보면서 힘이 들 때마다 잡초의 끈질긴 생존력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물이 없는 사막에서도, 보통 풀들은 다 말라 죽는 정원에서도, 쨍한 햇빛을 받아도 나무나 야채들이 다 죽어가는 들밭에서도 잡초는 살아 있다. 우리는 사소한 것에도 화를 내고, 좌절을 하며 생명까지도 끊는다. 그러나 잡초는 부적절한 컨디션도 이겨내며 힘든 것들을 버텨 나가는 모습이 그대로 교훈이 된다.
오늘 저녁 잡초가 꽃밭을 다 덮어 버린 것을 보면서 뽑지 못하고 지나쳐야 하는 내 심정을 다스렸다. 우리의 삶에서도 잡초와 같은 것들로 덮어져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느끼는 심정과 같았다. 어서 시간을 내서 잡초를 뽑으며 마음을 다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