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김현희 ㅣ 원하는 대로 사는 삶
2013-07-02 (화) 12:00:00
제나라 환공은 주문왕을 도와 주나라를 세운 강태공의 후손으로 최초로 춘추전국시대 패자에 오른 인물이다. 공자도 인정한 군자였으며 제나라를 부국강병 시켜 백성이 두루 편하게 살 수 있게 만든 명군주였다. 관포지교로 유명한 관중과 포숙아도 환공을 보좌한 재상이었다. 제나라 환공의 인물됨은 자신을 암살하려 했던 관중을 재상으로 기용한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의심나는 사람은 쓰지 않았고 믿고 일을 맡기면 끝까지 믿어주었기 때문에 충심으로 보좌하는 인재들이 그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인생은 언제나 클라이맥스에선 끝나지 않는 법. 환공의 어둡고 처참한 말년 또한 그가 믿고 의지했던 주변 사람들에게서 시작했다. 환공은 수조라는 어린 미동을 곁에 두고 총애했는데 수조가 열네 살이 지나자 궁에서 내보내야만 했다. 내시가 아닌 남자는 궁궐에 남아있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에 수조는 자진해서 거세하고 환공의 곁에 환관으로 남게 된다. 수조는 환공 곁에서 환공이 원하는 모든 걸 바치기 시작했다. 전국에서 미녀를 뽑아 바치고 미식가였던 환공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고의 요리사를 불러모은다. 이렇게 해서 발탁된 인물이 요리사 역아이다.
산해진미에 물린 환공은 어느 날, 사람고기 맛이 어떠냐고 역아에게 넌지시 물었고 역아는 다음날 자기 아들을 요리해 바친다. 환공에게 쾌락을 제공한 댓가로 수조와 역아는 왕의 총애를 등에 업고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 관중과 포숙아가 죽자, 아무도 이들에게 맞설 자가 없게 된다. 이들은 권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병든 환공의 침실 밖으로 담장을 쌓아 외부와 차단하고 굶겨 죽인다. 그리고 제환공은 죽은 지 67일 만에 처참한 모습으로 발견된다. 역사에 기리 아름다운 이름으로 남을 수 있었던 환공의 말년이 이렇게 비참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인재등용의 실패? 간신배들의 전횡? 그가 실패했던 진짜 이유는 그의 후반기를 그의 욕망이 원하는 대로 살았기 때문이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원하는 사람을 곁에 두었다. 그리고 불행히도 그의 옆에는 그의 욕망을 너무도 잘 아는 간신배들이 있었을 뿐이다.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부추기는 자본주의 시대에 제환공의 고사는 섬뜩한 반면교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