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최형심 ㅣ 남불이야기 3
2013-07-02 (화) 12:00:00
남불 여행중 가장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이 고장 음식이다. 최고의 오성급 레스토랑이 서로 경쟁하듯 꼬뜨 다쥐르 곳곳에 셀 수 없으며 조그마한 비스트로의 시골 음식이나 길거리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조차 모두 맛있다. 이곳에선 바다 내음을 숨쉬는 일이나 프로방스 향기로 찬 금빛 바람에 눈을 감고 잠깐 조는 일이나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이나 모두 인생과 연애를 하는 것 같다.
잊을 수 없는 맛 중에서 지중해에서 갓 따오는 해물의 맛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해물은 불어로 fruits de mer(바다의 과일들)라 하며 조개 및 어패류를 ‘꼬끼야쥬 에 크뤼스따쎄’(coquillage et crustacé)라 한다. 허기가 도는 저녁 시간이 되면 앙띠브에 있는 조그마한 전문 식당, ‘오베르쥬 프로방쌀((l’Auberge provençale)’이나 ‘룩생(l’Oursin)’, 혹은 쥬앙 레뺑에 있는 ‘페스티발 르 그릴’에 가서 Seafood Platter(Plateau de Fruits de Mer)를 시킨다. 사층, 오층으로 된 쟁반에 얼음을 채운 위에다 신선하기 비할데 없는 생굴을 맨 윗칸에, 그 밑에는 큰 조개들--끌람(clams), 작은 조개들--아망드(amandes), 그리고 새우들, 그 밑엔 속이 꽉찬 바닷게와 랑구스띤이라 부르는 가재가 모두 초고속으로 살짝 스팀으로 쐬기만 한듯 거의 생것처럼 바다 내음이 물씬한 채 서브된다. 미국의 성게알 sea urchin은 노란 생크림처럼 생겼지만 남불의 성게알은 밤톨 같은 껍데기 속에 붙어있는 주홍색 살인데 꼬들꼬들하고 구수하다. 대합의 살은 내 혀만한 크기로 입에 꽉차며 달콤하다. 정성껏 손질한 덕에 한번도 모래가 씹힌 적이 없고 모든 해물에 소스도 치지 않고 레몬즙만 뿌려 백포도주와 함께 본래의 맛을 최대한 음미한다.
기아로 죽어가는 인류가 있는데 웬 긴 음식 타령이냐고 하실 분들이 있을지 모른다. 이런 분들께 ‘바베뜨의 만찬’(La Fête de Babette)이란 영화를 보시도록 권하고 싶다. 나는 이 영화의 음식에 대한 재치있는 해석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의 경우, 경이로운 경험, 아름다운 장소가 그곳 음식을 깊이 음미함으로서 내것으로 소유된다. 가장 겸허한 것은 경이로움 속에서 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