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한희영 l 중년, 그 낯선 나이
2013-07-01 (월) 12:00:00
세상의 나이가 중년이라치면 나의 리얼에이지(real-age)는 몇 살일까? 마이클 로이젠 교수가 ‘You: the Owner’s Manual’이라는 책을 통해 발표해 화제가 되었던 이 개념은 평소 본인의 건강관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건강나이, 즉 이것을 리얼에이지라 한다. 세상 나이와 또 다른 나이는 작년 연말에 누리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정신연령이 있다. 테스트 자체가 간단하여 쉽게 결과를 알 수 있는 테스트였는데 만약 자기중심적 성향에 저질 체력이라면 리얼에이지든 정신연령이든 우리를 슬프게 만들기에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항상 낯선 나이는 달력나이이다.
40대 초반을 넘길 무렵 남편이 투도어 오픈카 타령을 한 적이 있다. 젊음을 이렇게 가족 밴을 끌다 보낼 수 없다는 것이었고 이런 남편을 두고 딸아이는 드디어 아빠가 Midlife crisis라며 걱정을 했다. 이젠 그런 이야기조차 추억 속에서 미소 짓게 하지만 늘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한 자각은 낯설고 새삼스럽다. 지난주 근처 대학에 post-doctor 과정으로 나와 있는 조카의 딸아이 돌잔치에 갔다. 그곳에 모인 모든 하객 중에서 우리 부부가 가장 나이가 많아 식순에 의해 덕담을 해야 하는 입장에 서고 보니 나이가 주는 위치가 여간 씁쓰름한 것이 아니었다. 1990년에 우디 앨런 감독의 ‘Alice’라는 영화가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중년의 위기’라는 제법 근사한 제목을 달고 상영이 되었는데 풍족한 중년의 상류층 여주인공이 어느 날 등이 아파 중국 의사를 찾아가면서 시작되는 중년판 이상한나라의 엘리스다. 이 중국의사 Dr. Yang이 처방해주는 신비의 치료 약으로 물질적 풍요 속에서 잃어버렸던 중년의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내 맘속에서 되살아나는 것은 나 역시 중년의 위기에서 예외는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Dr. Yang이 떠나기 전 주인공과의 마지막 만남에서 그녀에게 해준 이야기가 오늘 긴 여운으로 남는 이유가 잊고 살던 중년의 그 낯선 나이 때문일른지...
“험난한 인생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과 내가 현재 해야만 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서 올바른 결정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