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휄로쉽교회 23년 담임후 사임한 김원기 목사
“목회는 아무 때나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최근 휄로쉽교회를 사임한 김원기 목사의 말이다. 지난 주말 환송식을 끝내고 처음 공식적으로 교회를 물러난 변을 얘기하는 자리에서. 김 목사는 자신의 생각대로 한 셈이다.
휄로쉽교회를 설립해 담임 23년. 그 전에 1982년부터 1989년까지 7년간 워싱턴 한인침례교회를 담임했었다. 부임 당시 27살의 총각 목사. 그 사실 만으로도 교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휄로쉽교회를 이끌면서는 파격적인 예배 스타일과 진취적이고 전향적인 목회로 더욱 주목받았다.
“2년 만에 600명으로 불었습니다. 휄로쉽교회를 시작할 때 비전이 70명의 제자를 키우는 거였는데 갑자기 숫자가 늘어나니까 그 계획을 실천하기가 어렵더군요.”
김 목사는 “처음 생각과 다른 형태로 교회가 발전해갔지만 그 성공을 즐긴 것을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재 메릴랜드 저먼타운 캠퍼스와 버지니아 캠퍼스로 나뉘어 있는 휄로쉽교회는 워싱턴 교계 규모로 보면 몇 번째 가는 대형교회다. 지금까지 두 캠퍼스를 오가며 매주 설교했었다.
자신의 강한 리더십을 보고 혹 오해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김 목사는 “난 콘센서스를 모으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성도를 이용해 자신의 성공을 지키는 목회가 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그러면서도 ‘내 체질대로 목회하자’는 소신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니 이러저러한 말들이 나왔고 비판도 들렸다. 김 목사는 “소문의 위력을 처음 알게 됐다”며 사임 이유와 관련해 떠돌았던 말들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었음을 고백했다.
김 목사는 하나님이 새로운 사명으로 자신을 부르셨다고 믿고 있다. 어찌 보면 최초에 품었던 비전의 회복이다. 사도 바울식 교회 개척 목회. 120여명 혹은 그 이상이라도 적당한 크기로 교회가 성장하면 담임이 20여명의 훈련받은 성도들과 또다른 교회 개척을 위해 떠나는 방식이다.
김 목사는 “이제는 후 대형교회 시대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장 위주의 목회가 아니라면 조직 관리를 염두에 두는 설교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 복음을 ‘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잘라서 먹였던’ 설교는 이제 안하기로 맘먹었다. 교회를 물러나기전 복음의 ‘Radical(급진적, 근본적)’ 의미에 대해 전달하는 시리즈 설교를 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초창기에는 “6년 이상된 성도는 선교사로 떠나야 한다”고 설교한 적도 많았다. 모라비안 선교 방식처럼 공동체가 커뮤니티에 침투해 다른 공동체를 만들고 제자를 키우도록 보내는 형식의 교회를 이젠 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에는 멀리 펜실베니아에서도 내려오는 성도들을 ‘교회 망치려느냐’는 비판이 두려워 감히 돌려보내지 못했다. 김 목사는 “휄로쉽교회는 내가 세웠지만 강점이 많고 복음 열정이 뜨거운 좋은 교회라고 생각한다”며 “성도들이 하나 돼 있으니 계속 잘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목사는 그러나 “앞으로 미주한인교회는 모기지 부담이 큰 건물 위주의 성장 전략을 심각하게 재고해야 할 때”라며 “23년 전에는 이런 꿈을 말하기 어려웠으나 지금은 이해시키기가 쉬워졌다”고 말했다. 교계 성장을 주도했던 대형교회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해 목사들의 역할도 뭔가 화려한 것을 생산해 보여주는 것이 아닌 ‘제자 양육’에 치중하는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웅장한 밴드에 감동 받는 예배가 우선시 되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미주 한인교회는 아직 이민자들의 삶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친교의 중요성도 그만큼 크다고 생각한다.
김 목사는 “나 자신도 도전적이고 개혁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해왔지만 누구든 과거의 패러다임에 갇혀 지내는 것은 불쌍한 일”이라며 성도라면 새로운 시대적 소명에 귀를 기울여야 함을 지적했다.
<이병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