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녹슨 철모 구멍에 핀 보라색 들국화

2013-06-28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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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주 시인

아!
찢어지는 아픔
이 가슴 주체하지 못해
오늘도 허리 잘린 155마일
휴전선 철조망을 어루만진다.

민족분단의 비운의 역사 어언 70년
6.25발발 63주년!
민족상잔의 상흔은 아직 아물지 않고
아픈 살점은 휴전선 철조망에 걸린 채

화랑담배 연기 속에
술잔을 높이 들어 승리를
축배하던 전우들
격전의 산야에
이름 없는 비목(碑木)으로,
무명의 야생화로
아직도 구천을 떠도는
혼으로 맴돌고 있구나


피로 물든 황토색 불모지
전우의 시체 거름되어
조국의 산야는 청청 울창한데
계곡 양지녘에
이름 모를 전사의
녹 쓴
철모의 파편 구멍에 핀
보라색 들국화 외롭구나

백병전 격전의 고지의 포연 속에
전우의 돌격 함성이 아직 귓속에 쨍쨍한데
오랜 풍상의 세월
찾아주는 사람 없고
알아주는 이 없어도
원망도
후회도 없이
“나라 위해 목숨 바쳤노라”
외롭게 피고 지는
고독한 영혼의 들국화는 말이 없는데

아직도
3대 세습의 망단(妄斷)을 부리며
2천만 인민은 배를 골아
떼죽음 하는 데도
망조(亡兆)의 핵에 목을 매고
동족 앞에 전쟁 공갈만 내깔기며
금강산, 개성공단 입맛대로 삼키고
남북대화 허공에 메아리 치게 하며
직통전화 끊기를 아이들 장난치듯
막가파식 국제 깡패
총성없는 전쟁 속에
적화 통일을 꿈꾸는데

원한의 휴전선은
걷히지 않은 세월의 망각 속에
6.25참상의 역사는 잊혀가고
또 얼마나 많은 세월을
찢겨진 상처를 안고
실토(失土)의 북한 땅을
그리며 살아야 하나?
90을 바라보는 노병의
가슴의 훈장도 녹슬고
눈물도 말라버렸는데

신이여! 바라나이다.
이제 이 세상 하직할 날 얼마 아닌데
‘남북통일’을 유언으로 남겨야 하나이까?
눈 감고 저승에 가서 먼저 간 전우에게
‘남복통일 성업’을 이루고 왔다고
전할 수 있게
민족의 소원
통일을 주소서!
역전의 용사들의
평생의 소원을 이뤄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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