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이애연 l 내 차 아큐라

2013-06-26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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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검소하게 생활해오던 내가 어느날 갑자기 비싼 차를 샀다. 그것도 생전 사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던 바로 일본차를 말이다. 그 이년 전 비싼 차를 살려고 했었는데 미국차도 아니고 또한 나한테는 과분한 낭비처럼 느껴지는 차라 그만 체념했었다. 그런데 어느 10월달 Lake Tahoe 앞에 있는 캐빈에서 한주동안 시험 공부를 하다가 창밖을 내다보니 호수를 배경으로 눈이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새크라멘토에 살던 나는 오랫만에 내리는 눈을 보니 마음도 설레였고 공부도 싫증이 나서 공상에 빠져들었고, 그때 찾고 싶은 사람이 생각났다. 한국에 유학했을 때 만난 사람이다.

그날 전화로 친구에게 이름, 대학, 전공 등등으로 그 사람을 찾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며칠 후 친구 딸이 정보를 찾았다는 통보를 해왔다. 우선은 컴퓨터에 들어가면 볼 수 있다고 해서 봤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 연락은 시험이 끝난 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왠지 금방이라도 전화를 걸 것 같았던 설레는 마음은 자꾸 망설여졌다. 나같은 마음이 아니면 어쩌나 싶었다. 한참 후 용기를 얻어 늦은 시간 한국으로 전화를 했다. 마침 그는 회의실에 들어갔다고 해서, 캘리포니아 내 연락처를 남기고 끊었다. 그 다음날 아침 일찍 전화가 울리는데 짐작대로 그 사람의 전화였다. 나는 물론 반가웠지만 그쪽 역시 상당히 반가워했다. 그는 11월 29일날 캘리포니아에서 만나자고 제의했다.

그러자고 응하고 나니 차가 걸렸다. 큰일이었다. 내가 타고 다니던 차는 사실 낡은 밴이였는데, 만나는 사람도 그렇거니와 특히 멘로 파크 브랜치 직원들에게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나는 새차를 구입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일주일 동안 심사숙고하며 여러 곳에 차들을 둘러보러 다닌 후 아큐라로 결정했다. 제일 맘에 들었다. 번호판도 붙지 않은 차를 몰고 나갔다. 나는 물론 흡족했으나 내 친구도 나를 좋게 바라봐 주길 기대했다. 그렇게 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어 구입한 차가 지금의 아큐라이다. 나는 지금도 이 차를 운전하는 순간은 즐겁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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