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에 젖는 로마의 밤

2013-06-18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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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천우 버크, VA

빗물이 부슬부슬 내린다
가로수 가지 끝에 숨어있는 아픔 같은 가로등
매일 이별하는 로마의 밤은 잠들지 못한다
깊어가는 잠을 눈꺼풀에 매달고
하염없이 돌고 또 뛰다가
로마의 어느 여인숙에서
시름이 듬뿍 담긴 마티니 한잔에 마음을 달랜다
불안과 공포의 쇠락한 광장을
무사히 종종걸음 쳤다고
감사의 이 밤이 조용이 흐른다

그 사람들의 피보다 진한 영욕
씻어도 씻어내도 밤의 냄새는 아직도
슬픔처럼 비린내가 난다
언덕 밑 원형극장의 원혼들
잡초 무성한 전차 경기장
시져의 억울한 분노
네로는 어디서 깊은 후회로 엉거주춤 비바람을 맞을까
조각난 황제의 기마상이 이슬비를 맞으며 눈물을 흘린다

로마의 그 많은 영욕의 슬픔 들을 내 것인 양
마음 한자리에 담아 놓고 힘껏
"위하여" 잔을 울리고 마음도 울고
비에 젖는 로마의 밤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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