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최형심 ㅣ 남불이야기 2
2013-06-15 (토) 12:00:00
헤밍웨이의 ‘Moveable Feast’는 그가 젊은 시절 빠리에 살면서 ‘위대한 갯츠비’의 작가 스캇 핏제랄드 및 수많은 작가들,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체험한 1920년대의 빠리의 삶을 그린 자전적 수필이다. 그의 말을 빌면 "the memory of a splendid place"는 우리가 어디를 가든지 늘 우리를 따라다닌다. 그에게 이 멋진 곳은 1920년대의 빠리였다.
이들이 여름이면 몰려가는 휴양지가 바로 꼬뜨 다쥐르였다. 헤밍웨이뿐 아니라 쟝 꼭또, 뽈 엘뤼아르, 피카소외에 페르낭 레줴, 피까비아, 만 레이, 에디뜨 삐아프, 디오르 등 오랜 세월을 통해 셀 수 없이 많은 셀러브리티들이 살고 사랑한 이 곳의 공기 속에는 늘 아련한 느낌이 녹아있다. 내게 있어 splendid place라면 바로 이곳 프랑스 남동쪽 지중해 연안을 따라 펼쳐진 휴양지들과 그 인근의 목가적 마을들, 그 중에서도 각별히 내게 문학적인 향수를 자극하거나 은은한 분위기로 나를 감싸는 몇몇 장소들이다.
시인이자 예술가인 쟝 꼭또가 l’Hôtel Welcome의 발코니에서 내려다보았던 "코발트, 사파이어, 터코이즈"의 여러 색깔의 지중해는 내 눈에도 니스에서 연한 옥색, 앙띠브에서는 하늘 색, 에즈의 꼭대기에서 보면 진한 청색, Cap Ferrat에선 금색으로 빛나며 쌩트로페의 노을 밑에서는 자줏빛으로 비친다. 쟝 꼭또의 지중해는 그 오묘하고 찬란한 물빛을 내게도 보여주며 아직도 거기에 그렇게 있다. 그가 그의 Saint-Jean-Cap-Ferrat의 빌라 속 정원에서 묘사한 꽃 핀 오렌지 나무와 열대 식물의 향기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내가 그 빌리지를 거닐 때마다 온 몸을 찌르듯이 뿜어나온다. 배우 쟝 마레의 말처럼 꼬뜨 다쥐르는 ‘모든 것이 블론드색, 빛과 꿀로’ 생겨난 곳이다. 이들의 감각을 내가 시각과 후각으로 공유할 수 있고 그곳의 정취가 저절로 흡입되듯이 내 온몸으로 느껴지는 곳, 이 곳의 금빛 바람에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에 대한 노스탈지어가 아득하게 녹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