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예수처럼 ‘한 사람’이 목회의 중심이죠”

2013-06-12 (수)
크게 작게

▶ 와싱톤중앙장로교회 3대 담임 류응렬 목사

와싱톤중앙장로교회에 노창수 목사의 뒤를 이어 3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류응렬 목사가 본보 지면을 통해 한인사회에 첫 인사를 했다.
“목회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또 워싱턴에 오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고 밝히는 류 목사는 “내가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할 때 이것은 일상적인 표현이 아니라 훨씬 강한 감정을 동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물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교인들이 오래 기도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하나님은 자신의 뜻을 위해 이 모든 것을 계획하셨구나 깨닫게 됐다. 숲이 많은 워싱턴이 참 정갈하게 느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교회에 더 애정이 간다는 류 목사와 한 시간여 대담을 나눴다. <이병한 기자>

-취임까지의 과정을 정리해 달라.

지난 해 4월 고든 콘웰 신학대학원에서 연구하고 있을 때 와싱톤중앙장로교회로부터 순장 교육에 하루 시간을 낼 수 있겠느냐는 요청이 왔다. 방학 때마다 중국, 브라질, 페루 등 선교지를 다니는 터라 가기 어렵겠다고 대답했다. 그런 와중에 작년 6월 노창수 목사께서 사임하셨다. 교회 사정이 크게 바뀌었고 또 강의하는 날이 토요일 아침이라 할 수 있겠다 싶어 마음을 바꿨다. 강의 일주일 후 이원상 원로목사께서 “목회 해보지 않겠느냐”고 물어오셨다. 대답은 “아직 마음에 없다”였다. 그런데 장로들의 반응이 다른 교회와 달랐다. 그냥 포기하는 게 아니라 “기도 한번만 해 주세요”였다. 그리고 몇 번 더 연락이 왔다.


작년 11월에 부흥회를 인도했는데 그 때도 계속 요청이 들어왔다. ‘노’도 못하고, 기도도 안됐다. 오히려 교회에 “계속 기도하시라”고 부탁했다. 그러다 12월에 장로들을 모두 모시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그분들을 인터뷰한 셈이다. 밤 11시까지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마침내 마음이 결정돼 “청빙 절차를 밟으라” 말씀드렸고 12월23일 공동의회 투표, 12월 30일 청빙 수락 등의 공식 절차를 마쳤다. 내가 청빙을 수락할 것을 확신한 교인들의 태도가 내 마음을 바꾼 셈이다.

- 목회 구상이 정립이 됐는지.

한 사람 목회, ‘One Man Vision’ 이다. 예수님의 목회 방식이다. 5,000명을 먹이시다가도 제자들이 다가 오시면 늘 시간을 내셨다. 규모에 관심을 두다 보면 교회 본질을 놓친다. 한 사람, 한 사람을 건강하게 만드는 게 내 철학이다. 말씀 전파, 기도, 전도 등 교회의 ABC에 충실하는 게 목회 정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 사람 목회가 5,000여명에 이르는 성도를 가진 교회에서 가능할까.

물론 현실과 이상이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 목회실을 항상 오픈해 놓고, 이메일을 손수 체크하고, 화요일마다 기도제목들을 보고 전화해서 함께 기도하고, 토요일 새벽기도회 후 기도하고...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 ‘한 사람 목회’에 충실하려 한다.

늘 마음에 품고 있는 모토가 있다. “예수와 죽음을 생각하면 모든 게 단순해진다”는 것이다. 이 생각이 내 삶의 기초다.

- 미주 한인교회의 목회 환경이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은 교회 접근이 가까운 특성 때문에 교회가 삶의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은 이동 거리가 멀어 쉽지 않다. 자주 교회에 오게 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토요일을 많이 활용하려 한다. (이민자로서) 2세 교육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는 점도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모이는 게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얼마 전 새벽기도회를 2주 실시했다. 교인들이 처음엔 부담을 갖더니 나중엔 많이 참석했다. 스스로들 놀라는 눈치였다. 수요 예배도 다시 도입했다. 얼마나 나올까 싶어 작은 예배당을 쓰자는 분들도 있었지만 대예배실을 고집했고 지금은 성도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기도와 말씀을 갈급해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 미주한인교회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어떤가.

지역 교회들이 함께 일어나도록 힘써야 할 책임이 있다. 한 교회만 덩그러니 커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와싱톤중앙장로교회가 교계 부흥의 진원지가 되고 4,000여개 미주 한인교회에 부흥의 바람을 불어넣기를 희망한다. 한국교회가 역으로 선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지금 미주한인교회들이 할 일이 있다고 본다. 장로들과 계속 비전을 나누고 있다.

- 워싱턴 지역 한인교회들과 실제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은 있나?

‘옆 교회가 문 닫으면’ 내 교회 성장이 별로 의미 없다는 것을 성도들에게 많이 강조하고 있다. 목회자의 철학이 문제 아니겠는가? 내 교회 뿐 아니라 하나님의 모든 교회가 함께 커야 한다. 지역 교회들을 돕는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계획한 것은 아직 없지만 설교학 교수 출신으로서 내년 쯤 교계를 위한 세미나를 열고 싶다.

- 최근 설교에서 강조하는 주제가 있나?

부임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나의 목회 철학을 설명하는 내용이 많다. 일반인들이 많은 주일 예배 때는 주제가 다양한 편이지만 새벽기도 때는 창세기를 강해하고 있고 수요일은 성경 한 권씩 소개한다. 성경을 깊이 있게 연구하는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말씀 목회가 되어야 한다.

- 현대교회의 예배에서 설교는 어떤 비중을 차지해야 하나?

예배의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설교를 들으러’ 예배에 오는 태도는 옳지 않다. 설교를 잘하는 교회로 몰리는 풍조도 예배 정신이 바르지 않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자유주의적 교회는 설교가 짧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보수주의 교회는 지나치게 강조한다. 대형교회를 꿈꾸는 목사들이 ‘설교에 목숨을 거는’ 것은 성장학 이론에서나 맞는 얘기다. 설교자가 목회자를 대신할 수 없다. 전체 예배가 충실하게 구성돼야 하고 모든 준비가 철저해야 바른 예배다. 그리고 이것은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