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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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주인은 지역 주민들”

2013-06-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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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이 이스라엘로 이름이 바뀌고, 사울이 예수를 만나 바울이 되듯 버지니아한인침례교회가 ‘우리교회 VKBC’로 거듭났다. 창립 41주년을 맞아 새로운 40년의 비전을 담을 그릇을 준비하는 의미다.
“지난 40년이 광야라면 앞으로의 40년은 가나안의 역사가 될 겁니다.”
지난 4월14일 열린 41주년 기념예배에서 양승원 목사는 이렇게 선포했다. 광야였다는 말은 고통과 아픔이 있었고 역경이 따랐다는 뜻이다. 가나안이란 단어는 약속의 성취라는 말도 되지만 ‘완전한 정복’이 이뤄지는 날까지 영적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도 포함돼 있다.
과감히 교회 이름까지 바꾸며 목회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는 데는 양 목사가 스스로 인정하듯 담임 목회자의 허물로 인해 교회가 겪었던 고통들을 뼈저리게 반성하되, 그 가운데서 듣게 된 하나님의 메시지를 실천해야 할 때라는 확신이 작용했다.
양 목사는 “우리교회라는 이름은 지역 주민들이 ‘내 교회’로 자랑할 만한 공동체가 커뮤니티에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이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게 말로만 될 수는 없는 일. 우선 교회 이미지 개선을 위해 ‘소통하는 교회’를 지향하기로 했다.
매달 첫 주일에 재정, 목회 프로그램, 교회의 대소사를 다 드러내 보이는 ‘브리핑’ 시간을 갖는다. 막혀버린 정보의 흐름 때문에 일어나는 루머와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홈페이지에 목회 일지를 시시콜콜 올려 ‘리더’의 생각을 감지할 수 있게 하고, 헌금은 예배당 입구에 함을 설치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은 교회 소식 전달에 있어 적극 권장돼야 할 도구이다.
사역의 방향과 틀, 대상도 크게 확대됐다. 모든 이웃이 섬김과 나눔, 목회의 주체다. 성경공부, 청소년 농구교실, SAT, 디베이팅, 수학교실 등등 모두 외부를 지향한 프로그램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현재 ‘우리교회 VKBC’에서는 큰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야외 콘서트장으로, 스포츠 행사장으로, 피크닉 장소로, 산책로로, 아이들의 놀이터로 활용될 수 있도록 용도 변경을 하는 중이다.
교회는 건물이 페이오프가 된 기쁨을 이제 하나님이 쓰시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소유권 이전 예배를 얼마 전에 드렸다. 그 유익을 누리는 주체는 인근 주민들과 시설이 필요한 작은 교회들이다.
양 목사는 “우리가 겪어야 했던 아픔들이 오히려 지역사회를 위해 눈을 뜨게 했다면 그건 복이었다”며 “올 여름부터 구체적인 계획들을 실천으로 옮기겠다”고 말했다.
문의 (703)727-7779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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