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촌사시별곡(江村四時別曲)

2013-06-0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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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호 시인, MD

고요히 밝아 오는
물안개의 여명이
긴 어둠을 쓸어 담을 때
건너 마을 굴뚝마다
피어나는 아침 연기
하루를 가만가만 열어 간다

산비둘기 울음에
선잠을 깬 바람이
잠깐 나들이 간 오후
뭉게구름으로 가득 찬
잔잔한 수면 위로
푸른 산 열 개쯤 멱을 감는다

낙엽을 깨우며
또르르 구르는
고사리 냄새 버섯 냄새
산사의 목탁 소리 운율에
향기를 토해 내는
물오른 꽃들의 광란

뻐꾸기 풀무치 소리
한나절 해를 울려
빗줄기 없어도 앞가슴 다 젖고
떡갈나무 십리쯤 둘러선
병풍 같은 수면위로
낚싯대 서너 대 살을 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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