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윤창중 사건에 대한 잡상

2013-05-18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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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선우 변호사 VA/MD 변호사

어느 날 교수실로 찾아온 낯선 사람은 수인사도 전에 지갑에 든 신분증을 제시하면서 학생 하나가 연방마약단속청(DEA)에 이력서를 제출하는 가운데 나를 추천인의 하나로 거명했으니까 조사에 응해달라는 것이었다.
키가 훤칠하게 컸다고 기억되는 그 여학생을 얼마나 오랫동안 알았냐는 것은 약과이고 그가 마리화나, 코케인 등 마약을 사용하는지 또 술은 얼마나 먹는지 등 그의 도덕과 행실에 관한 질문들이 상당히 날카로웠다는 것이 인상에 남는다. 학교 선생에게도 한 시간쯤인지 시시콜콜 뒷조사를 한 것을 보면 그의 이웃들과 친구들도 비슷하게 겪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윤창중 청와대 전 대변인의 해괴망측한 짓거리와 참혹한 국위 손상에 대한 한국 신문들의 보도를 보면서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그를 발탁하기 전에 그의 이웃들이나 친지들에게 미국 연방정부의 말단 공무원 지원자들마저 받는 신원 뒷조사와 비슷한 조사를 했었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변괴라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의 입이라는 자가 대통령의 상하양원 합동회의 연설이라는 중대사를 앞에 두고 새벽 5시까지 술에 취해 있었다는 것은 도저히 보통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아 그의 주벽이 평소부터 얼마나 개망나니 수준이었음이 짐작되기 때문이다. 약간의 뒷조사만 있었더라도 그 자는 임명이 안 되었을 것이고 청와대와 나라를 망신시킨 성추행은 애당초 없었을 것이라 안타까움을 가진 사람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동아일보 이재명 기자의 한 칼럼에서 윤 씨의 천상천하유아독존격의 교만을 짐작할 수 있다. 4월말 기자실에서 기사를 쓰던 기자 생활 14년째 되는 이 기자에게 그가 다가와서 “너 인터넷 기자야?”라고 힐문했다는 것이다. 40대 전후의 청와대 출입 기자에게 57세의 청와대 대변인이 아무리 심기를 건드리는 기사를 읽었더라도 그런 식으로 나온 것은 대형 사고를 예견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윤 씨의 개인적인 부도덕성과 양심 결핍증도 문제지만 한국 소위 지도층에 있다는 많은 사람들이 표출하는 한국적 문화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군대에서 시작되었든지 또는 사법부에서 시작되었는지는 몰라도 폭탄주로 대표되는 폭음의 문화가 있다. 직장마다 상사와 부하들의 유대와 인화를 도모한다는 미명 아래 벌어지는 잦은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해 혹은 취한 척 하면서 여성 동료들의 몸에 손을 대는 못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직장 동료들도 성희롱 감으로 보는데 룸살롱 등의 접대부들은 아니더라도 식당의 웨이트리스 등이 겪는 수모는 당해본 사람이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얘, 쟤”로 부르는 것인 한 단면일 뿐이다.
한국적인 성관습과 태도도 심각하다. 물론 클린턴 등 미국 정치인들도 부도덕한 행실로 지탄을 받은 경험들이 있지만 한국보다는 덜하다는 게 정설인 듯하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필자가 하와이에 거주 했을 때 어느 전직 국회의원이 내 차를 타고 오면서 여자를 구해달라는 투로 부탁을 해서 “저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외도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의 외도도 도울 수 없습니다”라고 잘라 대답했더니 어색해 하던 생각이 난다.
예외도 많겠지만 서울서 오는 국회의원들이나 고관들의 섹스 관광 때문에 진저리를 치던 하위 외교관들도 있었다. 외국에 투자하는 기업인들의 소위 “현지처”들도 한국 남성들의 못된 성관습을 보여준다. 아마도 처첩을 많이 거느릴수록 부귀와 권력을 과시하던 조선과 그 이전 시대의 잔재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권력자들의 무절제한 성생활에 대한 스캔들은 끊임이 없는 듯하다.
최근 한국 신문들이 크게 보도한 것 가운데는 어떤 건축업자 윤 씨가 강원도의 빌라에 법무차관 등의 공무원들을 불러 몇 여대생들과 다른 여자들에게 최음제를 먹여놓고 성접대 파티를 자주 벌이고는 비디오를 찍어 협박용과 호신용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들어있다. 법을 가장 잘 알고 집행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자가 그 지경이면 사회가 얼마나 병들고 썩었는지 짐작이 된다.
그러니 변호사에게 벤츠 차를 선사받고 내연의 관계에 들어간 여자 검사가 있는가 하면 피의자에게 성관계를 요구하여 파면된 남자 검사도 있다. 어른들이 추태를 부리는 환경에서 아이들이 보고 듣는데 따라 닮아 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따라서 가출 여중생을 성매매에 이용하는 여고생들이나 중고등학생들의 집단 성폭행 행위마저 발생하는 가증한 세상이 되었다. 일부일처가 말만이 아니라 성관계는 부부 사이에만 존재해야 된다는 도덕률이 무시되는 한 윤 씨의 뻔뻔스러운 행동들은 많은 남자들에 의해 답습될 것이다.
‘바람을 피우지 않는 남자들은 병신들이다’ 라고 생각하는 한국의 성문화는 바꿔져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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