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한희영 (재미한국학교 북가주협의회 부회장) l 소신 있는 눈치
2013-05-13 (월) 12:00:00
학생의 눈치를 보지 않는 선생님, 회원의 눈치를 보지 않는 회장,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는 대통령은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눈치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을 미루어 알아 내는 것’이다. 선생님은 학생이 무엇을 원하는지, 회장은 회원의 생각이 무엇인지, 대통령은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눈치가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부정적인 의미에서 생각해 보면 우리는 흔히 눈치를 보는 사람을 비굴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반면, 눈치가 없는 사람은 또 미련한 사람으로 치부한다.
그럼 소신(所信)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자신이 굳게 믿는 바른 생각을 자신의 이익에 상관없이 굽히지 않는 사람으로 정의롭고 원칙을 지킬 줄 아는 사람들이 아닐까? 이런 사람을 주위에서 만나게 되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분의 성품에 존경과 신뢰를 하게 된다.
칼빈 클리지의 미국 30대 대통령 재임 시절 백악관의 조찬 모임에 많은 정치인과 명사들이 초청되었다. 진지한 가운데 식사가 끝나고 후식과 커피가 나왔다.
이때 대통령의 커피잔을 내려놓고 접시에 커피를 따르더니 곧이어 설탕과 크림까지 타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대통령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서로 눈치를 보며 따라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대통령의 다음 행동은 그를 따라 한 모두를 민망하게 만들고 말았다. 대통령이 커피가 담긴 접시를 땅에 내려놓고 고양이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남의 시선과 평판이 두려워 우리도 오늘 소신 없이 접시에 커피를 따르고 있는 건 아닌지?
살다 보면 핑계 아닌 핑계로 이 눈치와 소신 사이에서 어떤 것이 정도(正道 )인지 경계선의 모호함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인의 차이에 따라서도 그 경계선이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물며 교사가 왜 학생들 눈치를 봐야 하느냐고 화를 내시는 분이 있다. 이건 정말 수업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분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소신 있게 유채반 학생들의 눈치를 본다. 현우가 왜 인상을 찌푸리는지 다영이의 오늘 발표가 친구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것만이 유익한 수업으로 보람찬 하루를 마칠 수 있는 나의 최대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