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간들의 얼굴

2013-05-10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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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남 시인/ 랜햄, MD

오늘도 거리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의 얼굴과 옷차림은 모두 같지 않았다. 물론 그 중에 똑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은 하나도 없지만 몸에 걸친 옷의 색깔과 모양이 비슷한 것은 간혹 있었다.
얼굴은 흰 색, 검은 색, 누런 색에 모양도 길쭉하거나, 짧거나, 둥글거나, 각 졌거나 가지각색이다. 심술 있는 얼굴에 강도 같은 얼굴, 얌체 같은 얼굴, 기생오라비 같은 얼굴도 있고 온유하게 생긴 얼굴, 얌전하게 생긴 얼굴, 부드러운 얼굴, 씩씩하게 생긴 얼굴 등 참으로 다양하다. 하여간 눈, 코, 입의 생김새가 수없이 다르므로 인간들의 관상을 좀 연구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 풍수지리학을 전공한 분의 강좌에 귀를 기울인 적이 있다. 풍수학이란 땅에 대한 것만 아니라 사람이 살고 있는 집(가옥)에도 풍수원리가 있다는 것임을 볼 때 사람들의 얼굴에도 바람 풍과 수맥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보았다. 옛날 춘향이의 얼굴에는 굴하지 않는 정절이 어려 있었을 것이고 심청이의 얼굴에는 효도의 고귀함이 깃들어 있었을 것이다.
수많은 얼굴이 이 세상에 와 잠시 머물며 살다가 떠났다. 얼굴이란 몸의 한 부분으로 마치 손이나 발이 몸의 한 부분인 것처럼 얼굴도 한 부분이면서 오히려 몸을 대표하는 뜻을 간직한 듯하다. 왜 그런고 하니 얼굴이야말로 그 사람을 그 사람 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의 인격에 관한 모든 것을 말할 때 누구나 얼굴과 관련시키는 것으로 보아 그렇다는 말이다. 흔히 하는 말 가운데 ‘얼굴을 들 수 없다’ ‘면목이 없다’ ‘얼굴 깎인다’ 등의 표현은 얼굴에 그 사람을 대표시켜 하는 말이다.
우리 일상생활에 있어서 얼굴을 씻고 벽에 걸린 거울에 얼굴을 들여다보는 일은 단순히 화장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얼굴이 흉한지, 더러운 것이 안 묻었는지 살피기도 하지만 외모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려는 속마음이 들어있기도 하다.
또 하나 말하건대 얼굴이란 슬피 울어야 하는 책임과 활짝 웃는 책임도 있으며 모든 감정과 정서, 의지 결단 등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다. 얼굴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잘 드러내는 것은 찾아 볼래야 볼 수 없는 고로 얼굴의 근육과 표정의 수고로움을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얼굴 외모가 아름답다 해서 마음마저 반드시 아름답다는 뜻은 아니다. 외모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 마음씨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질 줄 아는 마음으로 좀 더 겸손한 삶을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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