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새로운 삶을 찾아 미국으로 건너온 지도 거의 20년이 다 되어간다. LA 대지진이일어나고 그 다음달에 LA 공항에 도착했으니 그게 1994년 2월5일이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이민 온 남자들은 자기 생일은 잊어버려도 군대 입대한날과 미국 들어온 날은 평생 잊지 않을 것 같다. 만나는 많은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미국이좋아서 미국 이민 왔다는 사람보다는 한국이 싫어서 한국을떠났다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러면서 또 술 한잔 먹으면 늘 두고 온 한국 이야기, 두고 온 친구들 이야기, 두고 온 술집들 이야기가 대부분인 것처럼 두고 온 한국이 애증(愛憎), 즉 사랑과 미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정말 우리가 한국을 가슴 깊이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가 미국생활에서 정말 마음에 든 것이미국사회의 원리원칙주의였다. 미국의 연방 및캘리포니아주의 공무원 조직에서 뿐만 아니라,사람들이 생활하는 사회 전반에 걸쳐 우리나라, 한국에서 보지 못하던 원칙주의가 모든 사람들의 생활 속에 그대로 지켜지고 있는 것을보고 참 많은 감탄을 했다.
일반 관공서의 각종 허가 및 인가, 운전면허증의 발급부터 작게는 신호등의 신호, stop sign의 준수까지 규칙과 원칙과 질서를 항상 준수하며 이를 지키고자 하는 모습들이 모든 미국인들의 생활 속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한국에서의 대충대충 처리방식, 질서 없이 무조건 밀어붙이는 식의 생활방식, 새치기, 밀치기, 이로 인한 각종 부정부패, 뇌물이 없으면 통과되지 않는 여러 방식들, 오히려 원칙을 이야기하면 단체로부터 따돌림 받는 사회에 염증에혐오를 갖고 있던 필자의 사고방식에 이와 같은 원리원칙의 준수라는 미국사회가 너무나도아름답고 멋지게 보였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단점도 당연히 있지만 그건 나중에 말씀드리겠다.
미국의 정부 부서의 업무, 일반 시민으로 제일 먼저 마주치는 미국 정부의 관공서가 아마운전면허국(DMV)이리라. 이 DMV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정부 부서의 업무의 결정은 처음에 얼굴을 맞이하는 일선 부서의 업무담당자가한다. 예를 들자면, 운전면허증의 발급을 일선부서의 업무담당자가 결정하지, 이 업무가 결재파일에 담아져서 뒤편의 계장, 과장 차장, 부장 등으로 올라가서 업무의 질에 따라 뒤편책상에 앉아 있는 차후 결재권자가 결정하는 그러한 스타일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더욱 절차가 간단하고 결정이 빨라서 일반 시민들에게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일선 부서의 담당자의 결정으로서류가 부족하면 다시 그 서류를 보충하여 오면 당연히 승인이 되는 것이고 만약 자격이 되지 않으면 절대로 OK가 될 수 없는 것이 미국사회인 것이다.
자격이 되지 않는데, 어찌 어찌하여 뒤편의결재권자로 넘어가서 혹은 누가 아는 힘 있는사람이 전화가 와서, 청탁이 들어와서, 그래서일선 담당자가 불가 결정을 내렸는데 위의 알력으로 다시 OK되는 경우가 절대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래서 부정부패가 발을 붙이지 못하는 것이다. 물로 일선 담당직원이 부정을 지른다면 그건 지금의 이야기와는 별개이니 그건극히 예외로 해야겠다.
그럼 왜 한국도 마찬가지로 각종 업무규정처리방식이 반드시 있을 터이니, 그 업무처리규정을 반드시 지키면 여하한 부정부패가 생길수 없을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당연히 우리나라, 한국도 정부 부서별, 직장별 업무부서별로 아무리 작은 일도 이러한 일은 반드시 이렇게 처리해야 한다는 처리규정이 존재한다.
그러나 항상 중요한 일의 결정에 대해서는 "이러이러한 일은 하지 못한다. 단, 최종 결재권자의 승인이 있는 한, 예외로 한다"라는 규정이곳곳에 살아 있다. 말하자면, 원칙은 안 되는 것인데, 최종 결재권자, 부장이든 사장이든, 이 최종 결정권자의 재량으로 할 수도 있고 하지 못하기도 한다는 이야기이다.
원칙에 따라 되든지, 안 되든지 확실하게 규정해 주었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부정부패, 뇌물, 뒷돈, 알선수뢰, 청탁 등이 존재하는 검은 지역인 것이다. 언제 누가 만든 예외 규정인지 모르겠지만, 거의 모든한국사회의 업무처리 규정에 존재하는 이것이바로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부정부패의 한 원인이라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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