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듯 될 듯 안타까운 골프
2013-05-07 (화) 12:00:00
봄비가 그치고 오랫만에 해가 밝게 비치는 화창한 봄날이었다. 친구 영자의 남편은 오랫만에 가벼운 걸음으로 골프장으로 향했다. ‘어째 오늘은 느낌이 좋아, 아주 잘될 것 같네.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띤 그를 보고 친구들은 간밤에 좋은 꿈을 꾸었는가 라며 놀려댄다. 그런데 정말 이게 웬일, 오늘은 어쩌면 이리도 공이 잘 맞을까. 아니 여섯 홀을 계속 이븐 파를 했잖아. 장장 여섯 번이나. 이렇게 가다가는 꿈에 그리던 싱글도 가능하겠지’ 라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3개 홀을 이븐 파 하면서 그때부터 그는 조금씩 흥분하기 시작했고 18홀 전체의 반인 9홀이 끝났다. 그리고 10번 홀에 오르니 얼굴은 상기돼 있었고 마침 그곳이 언덕이라서인지 바람이 조금 부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전에 하던 대로 잔디를 몇 올 뽑아 바람에 날려보며 바람의 방향과 속도를 가늠하려고했다. 와아, 나의 꿈이 벌써 반을 왔다니 생각만 해도 혈압마저 올라가는 듯했다. 지성이면 감천이지 . 내가 하면 될 줄 알았어. 그런데 잔디를 당기던 그는 이 잔디가 오늘따라 왜 이리 단단한 거야 하면서 있는 힘을 다해 힘껏 잡아 다녔다. 순간 오른쪽 볼이 화끈거려 벌떡 일어났다. "아니 이 사람이 잠을 자면 고이 잘 것이지. 남의 머리카락은 왜 뽑고 난리야" 옆에서 잠을 자던 아내는 잠결에 누가 머리를 잡아 뽑자 얼떨결에 손을 뿌리친다는 것이 남편의 뺨을 후려쳤던 것이다. 자다가 봉변을 당한 아내는 “아니 골프 조금만 더 열심히 치다가는 내 머리 하나도 안 남아나겠구만”이라며 자다가 일어나 앉아 어처구니없어 했다.
골프라는 운동은 지금 10년을 쳤지만 아직도 알똥 말똥, 될똥 말똥이고 어찌된 영문인지 이것이 마치 파도 같아서 하루 잘 되면 그 다음날 안 되고 아까 잘됐다고 지금 잘된다는 보장이 절대 없는 운동이다. 때로는
많은 이들이 골프를 치는 동안 심한 갈등과 스트레스를 느끼며 어떤 때는 그 신경전이 집에 까지 따라와 돈 잃고 와서 공연히 마누라에게 투정 부리고 잘해보려는 궁리는 밤잠마저 설치게도 한다. 어떤 이들은 신경을 많이 썼더니 몸무게마저 빠지더라고 얘기할 정도이니 누군가 얘기했듯 "골프는 아주 힘들고 끝이 없는 무서운(?) 운동 그래도 가끔은 재미를 쏠쏠 느끼게 하는 운동" 라는 말이 생각난다.
그래도 시간을 많이 갖고 또 정성을 가지고 차근히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터득하거나 또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을 이어가서 감정 컨트롤을 할 수 있다면 효과가 있다고들 말한다. 조금만 더 하면 될 듯 될 듯해서 그렇게 칼을 갈고 조심스럽게 해 보아도 어느 날 엉뚱하게 낭떠러지 밑으로 곤두박질치는 듯한 실력은 또 왠일인가?
다른 운동은 점수가 많아야 이기지만 골프는 점수가 적을수록 이긴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니, 축구나 야구, 농구처럼 날아다니는 공을 치라는 것도 아니고 땅에 딱 앉아서 ‘날 좀 보소’ ‘나 좀 쳐 주슈’하고 있는 그 공을 왜 못치느냐”고 말한다. 필드에 가면 몇 타라도 줄여 보려는 욕심은 앞서고 돌아오면서 하는 말은 “오늘도 혹시 했는데 역시구만. 하기는 세상만사가 목표를 세웠다고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닌데 골프라고 예외일 수는 없겠지. 아니, 어쩌면 내 소질이 바닥이 난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원래 소질이 없었던 건 아닐까."
그래도 어쩌다 한번 신나게 맞아 멀리 멀리 갔던 날의 희열은 잊혀지지 않고 오래 오래 곱씹으며 기억하는 그 맛에 골프를 치러나가는 모양이다. ‘제발 잊지 마라. 방심하면 도로 나무아미타불이다. 매 홀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들여 공을 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