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끔찍한 사건·사고 뉴스 등 맥 짚어주고 공포 해소
▶ 몰래 엿들었을 경우 안심시키거나 솔직하게 설명을
당신의 자녀가 어리다고 해서 부모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천만이다. 애들 앞에서 냉수도 마시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자녀 앞에서 행동거지를 조심하라는 이야기이다. 부모들이 별 뜻 없이 무심코 던진 이야기를 자녀들이 엿듣고 그 말 때문에 상처를 받고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한다. 어린 자녀들은 말을 떼자마자 부모들이 하는 말을 자연스럽게 알아듣게 된다. 어린 아이들은 성인들의 대화를 엿듣고 당황하거나 혼동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들은 무슨 말을 엿들었는지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따라서 어린 자녀들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부모가 눈치 채기 힘들 때가 많다. 따라서 어린아이 앞에서 아무리 사소한 말이라도“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는 것이 좋다. 어린 자녀 앞에서 삼가야할 토픽을 먼저 모아본다.
■불길하거나 고민스런 문제
실업, 감봉 등 재정문제라든가 이혼, 질병 등 불길한 소재는 자녀 앞에서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린 자녀들이 다 듣고 있다는 것을 명심한다. 어린이들은 토론의 쟁점이 되는 부분이나 감정적인 대화는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부모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그들의 머릿속 상상은 실제보다 더 무섭고 두려울 수 있다.
그러나 어린 자녀들에게 현재 일어나는 고민스럽고 불길한 상황을 숨길 수만은 없다. 그냥 짤막하게 사실만 이야기해 준다. 너무 디테일하게 이야기해 주어서 어린이에게 도움이 될 것이 하나도 없다.
■가치 없는 대화
만약에 당신이 자녀의 선생 혹은 배우자가 서로를 비방하고 헐뜯는 이야기를 한다면 어린 자녀에게 어떤 생각이 들까? 어린 자녀에게 교육적으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자녀들이 커서 이 나쁜 습관을 따라할 지도 모른다.
어린 자녀들은 처음에는 부모의 습관이 안 좋다는 것을 느꼈을지 모르지만 계속 이런 환경에 노출된다면 아마 부모의 이러한 태도에 욕을 하면서도 결국은 쫓아하게 될 것이다.
■자녀에 대한 비방
정말 우리 아이가 이렇게 말을 안 듣고 말썽을 피우는지 모르겠다고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말을 엿들은 아이가 잘못 나갈 가능성이 크다. 설혹 자녀가 잘못을 하고 말을 안 듣는다고 할지라도 자녀를 욕하고 비방하는 이야기는 삼가는 것이 좋다. 자녀들이 무심코 들었을 때 수치스러워 하고 화낼 수 있으며 부모에게 적대적으로 대할 수 있다.
어린 자녀에 대해서 불평불만을 이야기하기보다 어떻게 대처할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부모는 말썽을 피우는 자녀가 사실 꼴 보기도 싫었지만 다른 부모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우리 아이가 어쩌면 그렇게 공부도 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듣는지 모르겠다고 선의의 거짓말을 했는데 어린 자녀가 그 전화 통화를 엿듣고 정말 부모의 바람대로 변화된 사례도 있다. 그만큼 부모의 말 한 마디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례이다.
■불평불만
성인 남녀들은 보통 불평불만을 아무렇지도 않게 토로하게 마련이다. 특별히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불평불만이 자기도 모르게 표출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나 이런 말을 평상시에 접한 자녀들이 부모의 말버릇을 따라 늘 불평을 이야기하면서 학교생활을 하게 되고 후에 취업을 했을 때도 일에 대한 불만족을 이야기할 지도 모른다.
모든 일에는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공존하게 마련이다.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생활태도를 가진다. 최근에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면 이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또한 가능하면 일을 하면서 느낀 성취감과 의욕, 자부심 등 긍정적인 면을 많이 부각시킨다.
■사건·사고 소식들
어린 자녀에게 세상은 조그마한 장소이다. 어린이들은 뉴스에서 접하는 수많은 사건·사고를 보면서 세상을 위험한 곳이라고 단정 지으며 강도가 집에 침입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한 각종 재해 소식을 접하면서 쓰나미가 동네를 덮칠 것이라는 생각에 젖을 수도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자녀에게 차단할 수는 없다. 그 대신 뉴스의 맥락을 짚어주고 우리는 잘 대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쉽게 맹세한다
많은 어른들이 어린 자녀나 어린이 앞에서 너무 쉽게 맹세를 하곤 한다.
어린 아이들이 졸라도 함부로 맹세하지 않도록 한다. 어린이 앞에서 잘못 말했다가 나중에 약속을 실천하지 못하면 실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어린 자녀에게 지킬 수 있는 약속만 이야기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모가 말실수 했을 때 대처
■무엇을 들었는지 물어본다
정공법을 쓴다. 자녀가 만약에 부모의 부정적인 이야기를 엿들었다고 생각하면 솔직히 자녀에게 무엇을 들었는지 물어본다.
그들은 엿듣는 것이 분명히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들은 사실을 고백하기를 원치 않을 지도 모른다.
■안심시킨다
어린 자녀들이 몰래 들었다고 해도 그들을 안심시킨다. 부부싸움을 한 것이 들켰다고 할지라도 배우자 간에 서로 의견이 달라 충돌할 수 있으며 격론을 벌일 수도 있고 이것이 결국 이혼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숙지시켜 준다.
■전향적으로 대처한다
자녀들에게 실직이나 투병 등의 사실까지 숨길 수는 없다. 이럴 때는 좀 더 전향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즉 위기상황을 기회로 반전시키는 적극적인 태도와 마음 자세가 요구된다는 이야기이다. 나이에 맞게 상황을 적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이해를 구한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어린 자녀가 혼란스러움과 걱정을 벗어나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프라이버시를 구한다
만약에 이야기하기가 민감한 이슈가 있다면 프라이버시를 요청할 수도 있다. 잠시 동안 같이 걸으면서 혹은 침실에서 문을 닫고 프라이버시를 지켜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즉 부모도 나름대로 사생활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준다. 때로는 ‘침묵이 금’일 때도 있다. 어린 자녀도 부모의 사생활을 인정하고 그대로 넘어가면서 상황이 호전되거나 정상화되기를 기다려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선별적으로 엿듣기를 허용한다
이 방법은 상당히 고차원적인 방법이다. 남용하면 효과가 없고 시의적절 하게 딱 한 번을 사용해서 효과를 볼 수 있다. 자녀들이 부모의 덕담을 엿들었을 때는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간접적으로 자녀를 칭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척이나 친구에게 자녀를 칭찬하는 이야기를 자녀가 들었을 때 직접 이야기해 주는 것보다는 부모의 발언에 더 신뢰를 갖게 된다.
<박흥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