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작별 연습

2013-03-26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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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병전 / 엘리콧 시티, MD

하루하루가 작별이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밥먹고 차에 오르면 그 날은 벌써 반이 간다.
한가할 때 몇 안되는 친구들에게 한 일없이 어정버정하게 전화해서 “좀 어때?” 하고 안부 묻다가도 황급히 전화를 끊기도 한다. 창가를 본다.
이 건물에서 20년을 비즈니스 하였지만 아직도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 전에는 창가에 눈을 두면 들어오는 풍경은 그저 파킹랏 하고 주유소와 그 앞 사거리, 그나마 가끔 큰 트럭이 로딩 한다고 창가를 가리면 그 큰 트럭에 깔려 질식할 것 만 같았는데… 지금 이곳은 봄에는 돌배 꽃이 활짝 피어 설레게 하더니 가을이면 고은 단풍으로 세월을 헤아리게 한다.
모든 것은 이미 존재하던 것이었지만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보지 못했거나 아니면 보았어도 그냥 지나쳤던 것이었다. 오늘도 곱게 물든 단풍을 보면서 청춘은 아름답다는 말을 청춘을 보내고 나서야 깨달았다.
어느새 머리 결은 한가지의 꿈을 접을 때마다 은빛으로 변하더니 이제는 가득하다 하지 못한 말들, 너무 가볍게 결정했던 순간순간의 선택들, 이제는 하나하나 갈무리할 때다. 황혼을 아름답게 꽃 피워야 할 때다.
작별의 연습은 벌써 시작되었다. 그 와중에 살던 집에서 새집으로 이사해야 한다.
버려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아내의 손때가 묻은 것, 내 손때가 묻은 것, 아이들이 자라며 기쁜 일과 슬픈 일 함께 했던 추억의 편린들, 이제는 하나씩 하나씩 끄내어, 줄 것은 주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먼지처럼 가벼워져야 한다.
남은 인생을 공기처럼 살아야 한다. 황혼에 맞는 교향곡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이 나의 교향곡을 들었을 때 잔잔한 미소를 띄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 하루하루 작별연습은 대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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