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복조리

2013-02-14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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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주 워싱턴 문인회

내가 어렸을 때
섣달 그믐 까치설날
어른들은 잠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했다.

손등으로 눈 부비며
깜빡깜빡 졸음을 쫓다가
“사리야!!” 윷판 고함소리에 정기 잃고
벌떡 일어났다가
새우잠에 곯아떨어지던 생각이 난다.

초하루 이른 첫새벽
좁은 골목길,
담장을 넘는 소리
“복조리, 복조리 사소”
꽁꽁 언 쇳소리와 함께
하얀 눈 마당에 대나무 복조리가 날아든다.

할머니 손에
식구 수 대로 대청마루에 걸린 복조리
일 년 내내
제 돌때까지
조리 속에 뽀얀 먼지 담으며 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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