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군, 자네가 지지하는 사람이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슬픔에 젖어 있지 않나 싶어 은근히 걱정이 되네. 사실 얼마 전 이곳 미국 땅에서 만난 자리에서 정 군이 진보 세력이 집권을 해야 한다며 그 이유를 나에게 설파 했을 때 나는 나의 생각을 바로 그 자리에서 이야기하기 보다는 진보 세력이 대통령 선거에서 틀림없이 패배 할 것이고, 그때에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었다네. 무슨 근거로 패배를 예견 했냐고? 이렇게 설명 하겠네. 한국에는 진보 세력이 없다네, 다만 보수 우파, 보수 좌파, 그리고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종북 집단이 있을 뿐이지. 그리고 그 보수 좌파들은 새로운 사고, 개선, 새로운 진로를 모르고 아직도 독재 타도라는 글자 하나에 매달려 있으면서 40년 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마땅히 보수 좌파라고 불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네, 물론 그러하니 그들이 그저 진보라는 글자를 도용하고 있을 뿐이라 할 수 있겠지. 그런데 진보 하는 것을 모르는 그 보수 좌파가 박근혜 후보를 유신독재 박정희의 딸이자 군사독재의 잔재라며 또 흘러간 물레방아 역사를 들먹이며 그를 몰아세울 때, ‘역시 진보를 모르는 보수 좌파이어서 새로운 국가 경영의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못하고 그저 40년 우려먹은 레파토리를 또 들먹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다수로부터 호응을 못 받는 보수 좌파가 패배를 하리라 예견 했다는 말일세.
정 군. 믿거나 말거나 나야 말로 진정 좌파라고 생각 하고 있다네, 어쩌면 누구 말대로 나는 강남 좌파일수도 있겠지, 그런데 사실 그 좌파라는 사람들의 첫째 덕목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보이는 것도 한번쯤 그 당연한 것이 과연 당연한 것인지를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닐지. 그런 생각으로 말하자면 박정희 대통령은 정 군이 그가 이 세상을 떠난 지 10 년쯤 돼서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 했으니 유신이니, 군사독재니 하는 것은 글에서나, 또는 누구 입에서 듣기나 했을 뿐 아닌가? 그런데 자네의 아버지, 할아버지 같은 나이의 분들은 그 무시무시한 군사 독재, 인권이 무시됐던 그 시절에 살았는데 어째서 그가 가장 존경 받는 대통령이고, 박정희 향수라는 말이 나오냐고 한번 의심을 해 보아야 하지 않겠나? 물론 인권, 사회 정의, 준법정신이 투철한 존경 받는 분들은 예외일 수 있겠지. 하지만 나는 그저 평범한 대중을 말하고 있으니까 말일세, 그리고 그 평범한 다수의 대중의 생각이 어쩌면 진리일지도 모르겠네.
정 군 나는 이제 감히 말하겠네, 최소한 자네부터 ‘보수 좌파’에서 ‘진보 좌파’로, 과거에서 미래로, 그리고 항상 새로운 그리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고민하고, 생각하고 지향 하라고 권하고 싶다는 말일세. 적절한 예가 될지 모르겠으나 사실 얼마 전에 한 경제학 교수로부터 서울에 모 빌딩이 들어서는데, 그 빌딩 청소를 S라는 모 재벌의 자 회사에서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하기도 하고 또 어느 재벌에서는 떡볶이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경악을 넘어 분노하기까지 했다네. 그런데 반면에 여러 나라를 여행해 보면 그 재벌들이 한국의 국위 선양은 물론 한국을 먹여 살리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네. 또 사실 국민소득 2 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올리는 지름길은 또 하나의 S 와 H그룹 같은 것이 단 하나 더 있다면 된다는 것이 현실이 아니겠는가. 정 군, 그러니 나는 재벌 없애기가 아니라 재벌 길들이기 운동이라도 했으면 하며, 감시하고, 비판도 하고, 또 격려도 하는 여론을 조성 해 나가는 등 이것 하나만 가지고도 해야 할 일이 꽤나 있어 보이네, 자네가 이러한 사회 발전을 위한 생각을 갖는다는 것이 곧 보수 좌파에서 진보 좌파로 가는 길이 아니겠나?
지금 주변국들의 현실로 보아 안보이니 어쩌니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 하지만 한국은 물론 세계의 경제 사정을 생각 해 볼 때 지금 어렵고 중요한 시기야. 지금 자네는 나의 이 편지를 읽으면서 또 저 미국에 사는 할아버지 한국 실정도 모르면서 라고 생각하면서 쓴 미소를 짓고 있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세상은 검은 머리의 지성보다 몇 십 년을 더 산 흰 머리에 지혜가 좋은 미래를 바라보는데 있어서 그 통찰력이 더 옳다는 것 말일세. 좋은 미래를 꿈꾸는 청년이 되기를 바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