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표현의 자유와 한계

2012-12-28 (금) 12:00:00
크게 작게

▶ 문일룡 변호사/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지난 주 내가 교육위원회 의장으로 있는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에 표현의 자
유가 논란이 된 사건 하나가 있었다. 이 사
건은 아직도 해결이 안 된 상태인데 이미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된 바 있다.
내가 이 사건 소식을 처음 접한 것은 지
난 주 수요일이다. 가끔 긴급한 일이 의장인
나에게 먼저 보고된다. 그런데 이 날의 보고
는 학생성적 유출사고에 관한 사항이었다.
바로 전날 어느 인터넷 웹사이트에 어느 훼
어팩스 카운티 고등학교 학생들의 성적 일
부가 공개되었다는 것이다. 2천여명 학생들
의 작년 4분기, 학년말 시험 그리고 학년말
성적이 선생님 단위로 분류되어 파일로 올
라왔다는 것이었다.
일단 웹사이트 담당자에게 불법 유출된
정보가 확실하고 학생들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것이니 파일들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
했다. 그러나 그 요청은 거부당했다. 그래서
결국 교육청은 금요일 오전 연방법원에 긴
급가처분을 신청하게 되었다.
그리고 담당판사로부터 해당 파일을 일
단 삭제하라는 명령을 받아 당일 오후 5시
경 파일들이 웹사이트에서 내려졌다. 그러
나 아직도 txt 파일은 학생들 이름만 지워진
채 그대로 웹사이트에 남아져있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 가운데 교육청은 해
당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사실통보 차원에
서 바로 이메일로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물
론 그 때까지 이런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
르고 있던 학생들이나 부모님들도 가정통신
문과 이어진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이러한
정보유출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파일이
삭제되기 전에 여러 사람들이 이 웹사이트
에서 해당 파일을 복사해 가거나 학생들의
성적을 보게된 것은 유감스럽게도 피할 수
없었다.
그 가운데 토론된 것이 표현의 자유와 한
계에 관한 부분이다. 표현의 자유는 미국연
방 수정헌법 1조에 종교, 언론 그리고 결사
의 자유와 함께 보장되어 있다. 수정헌법 1
조에 의하면 국가는 어떠한 법으로도 이러
한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이
것은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며 독재
주의와 가장 크게 다른 소중한 권리이다. 그
러나 어떠한 권리라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
다.
그런데 그 한계의 테두리를 놓고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결국 법원의 판결을
통해 그것이 정해지기도 한다.
이 번에 교육청의 파일제거 요청을 웹사
이트 담당자가 거부한 배경에는 바로 이러
한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겠다는 취지가 있
었다고 했다. 즉, 그 웹사이트는 주민들의 자
유로운 대화, 토론 그리고 정보교환을 위해
마련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허위사실이나 남을 일반적으로
괴롭히거나 우습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닌
이상 아무리 가치가 없는 내용이더라도 정
보를 올려 놓은 사람의 표현의 자유를 보호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려진 정보의 유익성
에 대한 판단은 고려대상이 아니라 하며 특
히 그것 때문에 누구나 웹사이트를 방문하
고 의견표시를 할 수 있는 방침을 바꿀 수
는 없다고 했다.
교육청 담당 변호사들은 올려진 파일은
불법유출된 것이고 법으로 보호해야 할 학
생들의 사적정보가 포함되어 있기에 표현
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물
론 그 사이에 이미 이 파일을 웹사이트에서
복사해 간 사람들도 있고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유포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 하더
라도 불법유출 사적정보는 웹사이트에 계
속 공개 유지할 수 없다는 주장이 일단 설
득 있게 받아들여져 가처분 신청이 허락되
었다.
물론 가처분신청의 유효기간은 2주일에
불과해 1월 4일이면 종결된다. 그러나 유효
기간 연장이 가능하고 유효기간 만료 전에
본안심의에 들어가 최종판결을 받기를 희
망한다. 해당 웹사이트 측에서는 가처분 신
청 때 아예 법원에 나오질 않았다.
변호사를 선임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거
나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리고 1월 4일 이후의 법정 공방에
적극적인 방어 논리를 제기할지 아니면 포
기할지 현재로서는 아직 불확실하다.
과연 교육청이 주민들의 세금으로 충당
되는 비용을 들여가며 이런 소송을 하는 것
이 적절 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대두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청의 방침은 보호해야 할 학
생들의 사적정보 노출을 그냥 관망할 수 없
고 또한 그렇게 해서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소송 이상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런
정보유출이 있게 되었는지 철저히 조사해
재발을 막는 것이다. 그리고 범인도 잡아 적
절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가끔 단순실수
로 학교 컴퓨터가 해킹 당하는 적은 있었으
나 이번처럼 많은 학생들의 정보가 동시에
유출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그러나 누가 무슨 목적으로 정보를 유출
해 공개를 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
지 않는다.
컴퓨터 해킹실력 과시나 단순 장난이었
다면 좀 더 건설적인 부분에 노력을 기울이
라는 충고를 하고싶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